불과 1년5개월만에 초고속으로 마련된 '통합도산법'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손지호 서울지법 파산부 판사 등 관련 전문가 7명은 6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릴 공청회에 앞서 발표한 주제발표문을 통해 통합도산법 시기상조론부터 법원의 필요적 파산선고의 적절성 등에 걸쳐 적지않은 이견을 제시했다.■시기상조론
손 판사는 "도산법은 국민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독일의 경우 법안 마련에서 통합법을 시행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21년"이라며 "658조에 이르는 방대한 법안에 대해 충분한 내용 검토 없이 공청회를 개최하고, 내년 7월 시행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 판사는 특히 "우리나라 경제 위기는 금융기관의 반시장적 행위, 기업의 회계처리 불투명 등에서 기인한 것이지 통합 도산법이 마련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 아니다"며 "도산 3법 구조까지 개편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없는데도 쫓기듯이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손 판사는 이어 "법의 뿌리가 다른 회사정리법과 파산법을 단순 병렬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규정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채무 감면과 관련, 현행 파산법이 면책 불허가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낭비' 조항을 시안에서 삭제한 것은 면책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규정 보완 필요론
백창훈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시안이 원칙적으로 회생채무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토록 한 데 대해 "개인의 경우 자신이 자신의 관리인이 되는 모순이 있는 만큼 법원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또 "소비자 대출 급증에 따른 사회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빚탕감을 골자로 하는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점에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대출이 적정 규모로 정리되고 부실율도 안정이 된 후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회생절차가 폐지될 때 법원이 반드시 파산을 선고해야 한다는 '필요적 파산선고' 규정은 채권자가 법적 청산과 사적 청산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비교해 회생 절차 폐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조항도 시설투자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삭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 각 전문가들은 채무자 재산보전과 관련해 이해관계인의 보전처분 신청시 1주일 내에 보전처분 여부를 결정토록 한 시안에 대해 회생절차 신청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보전조치가 이루어지는 '채권자의 집행중지(Automatic Stay)' 제도 도입 등 시안에 대해 광범위한 보완을 요구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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