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과 북한 핵 개발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미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대 북한 경계 강화
일본 항공자위대가 주일 미군과의 공중급유 훈련을 4년 앞당겨 내년 4월 실시할 계획이라고 도쿄(東京)신문이 4일 보도했다. 규슈(九州) 서쪽 동중국해에서 실시될 이 훈련에는 오키나와(沖繩) 미군 가데나(嘉手納)기지의 KC135 공중급유기와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 편대가 참가한다. 항공자위대 관계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며 "동해상에 전투기에 의한 공중경계대기(CAP)가 필요한 사태에 대비해 훈련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일 아사히(朝日)신문은 미군이 일본 주변의 미사일 경계수준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정찰부대를 오키나와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탄도미사일 추적 정찰기인 RC135S 코브라볼이 미국 본토를 떠나 지난달 21일 가데나 기지에 도착했고, 31일에는 전역(戰域)미사일 추적함인 인빈서블호가 오키나와의 나하(那覇)항에 입항했다. 미국은 1998년 8월 31일 북한의 대포동 1호 시험발사 1주일 전에도 RC135S 정찰기를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 공군기지에 파견했었다.
▶자위대의 대 테러전 지원 강화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고감도 레이더 탐지 능력을 갖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과 P3C초계기를 인도양에 추가 파견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미국은 이라크 공격 시 아프가니스탄의 대 테러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인도양 미 해군이 이동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지난 여름부터 일본측에 이지스함과 P3C초계기 파견을 요청해 왔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인도양에 해상자위대 보급함과 호위함을 각 2척씩 파견해 미군 함정에 대한 연료보급 등 후방지원을 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당초 공격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 파견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적극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국측은 일본측에 육상자위대 의료·수송 부대의 아프가니스탄 내륙 작전 참여도 비공식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되살아나는 MD 논의
미일 양국은 12월 16일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고위안보회의를 개최한다. 양국 외무·국방 담당 장관이 참가하는 이 회의에서는 이라크와 북한 문제가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이 회의에서 미국측은 북한의 핵 개발 계획 시인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추진 등을 들어 미사일방어(MD)계획을 서두를 것을 일본측에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그동안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일본과 주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MD를 공동 연구해 왔다. 일본측은 지금의 연구단계를 개발단계로 이행할지 여부를 2003년이나 2004년에 결정할 예정이지만 미국측은 북한 핵을 빌미로 조속한 개발 돌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