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유희열(31)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음악적 자아인 '토이'가 아니라 '코니 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냈다. 코니 아일랜드는 유희열이 새로 만든 레이블.첫번째 작품인 '어 워크 어라운드 더 코너'는 광고·음반재킷 사진으로 잘 알려진 안성진(35)의 사진집과 토이 등 13팀이 참여한 프로젝트 음반과 결합한 이색 패키지.
사진은 안성진이 10년 전부터 틈틈이 찍어둔 것이고,음악은 전부 기계적인 사운드의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이다. 낯선 흑백 사진, 귀에 선 음악에 노트 크기의 골판지 포장, 액자형 음반 케이스, 흑백 사진들을 받쳐주는 미색 톤의 배경까지 음반이라기보다는 '작품' 같은 느낌이다.
둘은 1999년 일본 여행 중 의기투합했다. 둘 모두 자기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었지만 유희열은 "으레 발라드를 기대하고 의뢰하는 주위 사람들이 부담이었고", 안성진도 "연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눈 앞에 보여지는 풍경을 솔직하게 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각각 다른 장르와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일을 추진하면서 사명감도 생겼다. "주위에 정말 음악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발언권이 있을 때 나서서 모아야겠더라구요."(유희열) "감각적인 것만이 아니라 감성적인 사진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안성진)
마침 유희열은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음악 일렉트로니카에 푹 빠져 있었다. 그가 하던 감성적이고 따뜻한 발라드와는 상극인 듯 싶었지만, "작곡, 편곡의 일반적 공정과는 달리 사운드 디자인에 가까운 제작방식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노랫말이나 멜로디보다 무드가 우선하는 일렉트로니카는 이미지인 사진과도 가장 잘 맞는 음악이다.
음반에는 가능한 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으려 했다. 뮤지션들에게 사진 한 장씩을 고르게 한 다음 그 이미지로 마음껏 음악을 만들게 했다. 그가 만든 '실리 러브 송'은 멜로디에 가요의 느낌이 많지만 루시드 폴이 이틀 만에 제출한 '몽유도원'은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 뿐이어서 유희열조차 당황했을 정도. 롤러코스터, 달파란, 강호정 등 비교적 알려진 인물은 물론 세인트 바이너리, 클래지콰이, 프렉탈 등 인디 뮤지션들의 금속성의 메마른 음악들은 사진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우울함 같은 어두운 이미지와 묘하게 맥이 닿아있다.
혹 자위 아닌가 하는 자기 검열과 "돈만 버리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걱정어린 시선도 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아깝지 않다. 재미있었고, 10년이 지나 다시 듣고 보아도 느낌이 나는 물건을 만들려 했다. 앞으로의 일에 더 많은 자극과 고민을 안겨준 것은 물론이다. "음악을 찾아 듣고 보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유희열. 코니 아일랜드의 다음 작품이 어떨지는 그도 아직 모른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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