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예금을 돌려달라."4일 퇴출 결정이 내려진 전국의 신용협동조합은 모두 문을 잠근 채 '영업정지'란 푯말을 내걸었지만 이날 아침부터 몰려온 조합원들의 예금인출 요구와 항의 등으로 하루 내내 소동과 혼란이 이어졌다.
■"딸 결혼 무슨 돈으로" 발 동동
특히 조합원들은 "신협을 이용하는 주고객들이 영세상인이나 농민 등 서민들로 2개월 정도 긴급자금을 인출할 수 없게 되면 가계에 막대한 불편과 함께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대구 서구 중리동의 주부 김모(54)씨는 퇴출 결정 후 중리신협 앞으로 아침 일찍 나와 "올해말까지 돈을 돌려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집을 계약하기 위해 당장 3,000만원이 필요하다"며 "오늘 예금을 인출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광주 광삼구 삼도농협을 찾은 이모(58)씨도 "보름 뒤에 딸을 결혼시켜야 하는데 결혼자금을 융통할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또 신협 직원들도 항의 방문과 전화를 하는 고객에게 해명을 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전북 정읍 샘골신협 관계자는 "12명의 전 직원이 나와 하루 내내 전화를 받느라 관련 서류 정리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 허탈, 물리적 충돌은 없어
그러나 대부분 조합원들이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원 이하 예금자로 올해 말까지 전액을 돌려 받을 수 있는데다 평소 신협측이 이 같은 사태를 우려, 분산 예치토록 하는 등 실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거 은행 퇴출때와 같은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대전 성남신협 관계자는 "객장을 찾아 오거나 전화를 걸어 온 조합원들에게 올해 말까지 예금을 인출할 수 있으며 영업정지 배경과 이후 일정을 설명하면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협 직원들도 장래에 대한 불안에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이번 결정에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 경남 창녕신협 관계자는 "IMF사태가 발생한 1997년 10월 인가돼 초창기 부실채권이 많이 발생했고 그 이후에는 양호한 편이었는데 정부가 이 같은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퇴출결정을 했다"며 "이젠 직장도 그만 두게 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울먹였다.
/마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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