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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야인시대"는 "상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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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야인시대"는 "상상시대"?

입력
200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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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발도 나미코도 없었다. 협객은 더더욱.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장형일)의 역사왜곡과 작가의 지나친 상상력에 대한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가공의 인물이 등장해 주인공 김두한에게 총을 쏘고, 주먹패 우두머리였던 김두한을 일방적으로 항일협객으로 묘사하는 것은 드라마의 용인된 한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먼저 10월 28, 29일 방송에서 김두한(안재모)에게 총을 쏴 중상을 입힌 건달 왕발(이재포)은 실존인물이 아니다. 김두한의 실제 친구로 1939년부터 그가 사망한 1972년까지 동고동락했던 김동회(85)씨는 "왕발이란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따라서 극중에서 그가 김두한에게 총상을 입히고 이후 하야시(이창훈)를 찾아가 자신을 거둬달라고 말하는 장면도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극중 김두한에게 접근한 하야시의 처제 나미코(이세은)도 만들어낸 인물. 나미코가 종로에 운영했다는 술집도 가짜다.

1930년대 중반 하야시에게 스카우트돼 광복 직전까지 10여년 동안 하야시와 같이 일했던 김씨는 "다만 하야시가 일본인 처남들의 도움을 받아 종로 진출을 꾀한 것은 사실"이라며 " '야인시대'가 극적 재미를 위해 너무 많은 엉터리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가 김두한을 시종일관 항일협객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은 한마디로 일제로부터 조선의 상징 종로를 힘으로 지켜낸 인물. 종로 상인들은 그의 패거리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 두한이 왔는가"라며 영웅 대접을 한다.

이에 대해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연구원은 "항일운동을 일제의 침략과 지배에 대한 목적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저항이라고 정의했을 때, 김두한의 삶은 항일과는 거리가 멀다"며 "1930, 40년대 김두한의 활동은 조선인 상권수호투쟁이 아니라, 조선인 주먹패와 일본인 주먹패의 구역 싸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두한이라는 인물을 항일독립투사로 묘사하는 것은 생존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모독"이라며 "드라마의 인기는 깡패나 조직폭력배 같은 일탈된 사회에서 정신적 지도자를 찾으려는 소시민들의 힘 숭배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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