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곁을 떠나게 된 아기는 왜 꼭 도저히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게 되는 것일까.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가 그랬듯, '유아독존'도 아기가 똥을 싼다고 아무 것도 먹이지 않거나 아기의 울음 소리만 들으면 신경이 곤두서는 세 남자에게 아이가 맡겨졌다.인질범에게 총을 쏘는 바람에 인질을 사망케 한 과실로 경찰직에서 물러난 풍호(이원종), 바보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만수(박상면), 헛바람이 약간 든 태권도 선수 재섭(안재모). 일명 '비룡 3인방'은 무허가 도장을 운영중이다. 전단지를 붙이러 나갔던 만수가 조폭에게 테러를 당한 사장의 딸 은지를 얼떨결에 떠맡게 된다.
모두 보육원에서 만난 의형제인 이들은 귀여운 아기를 차마 그곳으로 보낼 수 없어 데리고 살게 되는데, 영화의 절반은 이들의 황당한 육아기이다. 도복을 찢어 기저귀로 채우고, 우는 아이에게는 우유를 컵에 따라 마시라고 내밀며, 아이에게 읽어줄 책이라고는 음란소설 뿐이다.
아기의 보육비를 벌기 위해 이들이 차력쇼를 선보이는 장면 역시 웃음 코드. 이 부분에서는 특히 단독질주, 온 몸에 사슬을 묶고 수조나 불 타고 있는 집에서 탈출하기, 여장을 한 채 별 모양의 표창피하기 같은 박상면의 몸을 던진 코믹연기가 웃음을 준다. 은지 아버지의 테러장면을 그림자 극으로 설명하는 대목이나 아기에게 음란 소설을 읽어주며 흥분하는 장면, 만수가 목숨 걸고 차력 연습을 시작하면 "만수는 어디 갔냐"며 그를 방치하는 건망증 형제도 재미있다. 그래서 이원종 안재모 이재용 등 SBS 드라마 '야인시대' 주인공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유아독존'은 바보스럽고 우직한 캐릭터를 연기한 박상면의 영화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심심하다 생각했는지 은지의 유산상속을 노리는 조폭들의 추격이 시작되고 인천항에서의 대형 액션신으로 마무리된다. 이때부터는 익숙한 조폭 캐릭터와 상투적인 유머의 반복으로 영화는 B급 오락영화도, 확실한 조폭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로 전락한다. 다른 영화사에서 판권을 사 제작준비중인 국산 만화 '키드 갱'과 설정이 유사한 점도 입맛을 가시게 한다. 영화 아트디렉터와 CF감독 출신 홍종오의 데뷔작. 7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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