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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가는 뮤지컬 프로듀서 설도윤/"뮤지컬은 사업… 투자한만큼 빛 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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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가는 뮤지컬 프로듀서 설도윤/"뮤지컬은 사업… 투자한만큼 빛 발하죠"

입력
200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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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KBS홀 개관기념 뮤지컬 '재즈'부터 2002년 미국 브로드웨이의 '라보엠'까지. 뮤지컬 프로듀서 설도윤(43)이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을 갖고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는 데는 11년이 걸렸다. 12월 8일 뉴욕의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라보엠'이 그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다. 100명이 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로듀서 중 한국인 1호다. 영화·뮤지컬 투자사인 코리아픽쳐스와 함께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기획부터 제작, 진행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뮤지컬 '라보엠'은 '물랭 루즈' '로미오와 줄리엣' 을 만든 유명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이 연출하는 화제작.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뮤지컬 판이다. 그는 '라보엠'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이 작품이 내년 토니상을 받을 경우 시상식장에서 그의 이름이 불릴 것이다.

국내 공연사상 최대 흥행작인 '오페라의 유령' 이후 그는 한국 뮤지컬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떠올랐다. 6월 말 막을 내린 유령은 7개월 간 2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 여세를 몰아 7월부터 브로드웨이 퍼포먼스 '델라구아다'의 무기한 공연에 돌입했고, 내년 2월에는 '캐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승승장구. 최근 그의 인생은 그렇게 보인다. 남들은 말한다. "돈 많이 벌었겠군."

" '유령' 덕분에 국내 뮤지컬 시장이 엄청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제작방식이나 공연산업 인프라는 여전히 문제가 많고 취약하기만 합니다. 뮤지컬 전용극장도, 전문 프로듀서도 없으니까요. 여기까지 오는 데 개인적으로 수업료도 많이 냈죠. 98년 만든 뮤지컬 '그리스'가 IMF를 만나 망하는 바람에 벼랑 끝까지 몰렸는데, '유령'으로 재기했죠. 돈요? 그리 많지 않아요. 프로듀서로서 일정한 몫을 받는 것이니까요."

1980년대 그는 뮤지컬 배우 겸 안무자였다. 제작자로 변신해 내놓은 첫 작품이 91년 '재즈'였다. "당시만 해도 뮤지컬에 대한 개념조차 별로 없어 무척 힘들었어요. 결혼을 앞둔 때였는데, 살던 집을 날렸고 개인 생활도 엉망이 됐죠. 돌이켜보면 무모한 열정과 도전이었지요."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가스펠' '홍길동' '사랑은 비를 타고' '쇼코메디' '브로드웨이 42번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스' '올 댓 재즈' '오페라의 유령' '델라구아다'. 지난 10년간 그가 만든 작품 목록이다. 특히 95년 작 '사랑은 비를 타고'가 지난달 국내 창작뮤지컬로는 처음으로 1,000회 공연을 돌파한 데 대해 그는 뿌듯해 했다. "뮤지컬 수입을 비난하는 분들이 있는데, 100% 국산 창작 뮤지컬로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선진 무대를 배우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여기서 만들어 수출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 돈과 기획으로 외국에서 만들어 로열티를 받는 것도 창작입니다. 상업적인 뮤지컬에만 돈이 몰려 연극이 죽는다는 지적도 옳지 않아요. 연극은 지원이 필요한 순수예술이지만, 뮤지컬은 사업입니다. 예술이냐 사업이냐 분명히 갈라서 상업적 작품들은 철저하게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사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의 관심사는 뮤지컬의 산업화다. "지금은 좋은 작품을 계속 들여오고 국내 뮤지컬 시장을 안정적으로 키워나갈 단계"라고 진단한다. 장기적으로는 뮤지컬 전문 프로듀서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듀서는 작품 선정부터 제작·투자자 유치, 스태프 구성에서 작품 완성, 흥행과 수익배분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이끌며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입니다. 작품을 보는 안목과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지요. 외국에서는 프로듀서가 누구냐에 따라 작품의 성패를 점칩니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지요. 그런데 국내에는 프로듀서를 포함한 뮤지컬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없어요. 제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려면 돈도 많이 벌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캐츠' 등 히트작의 프로듀서 카매론 매킨토시처럼 엄청 유명해져야겠지요?"

'한국의 매킨토시'를 꿈꾸는 설도윤. '뮤지컬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는 지금도 여전히 뮤지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할 일은 많은데, 이해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요. 뮤지컬이 왜 산업이 되어야 하는지, 뮤지컬 전용극장이 왜 필요한지, 프로듀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많은 사람을 만나 떠들다 보면, 지하철에서 '할렐루야'를 외치고 다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습니다. 다행히 목적을 이뤄 기분은 좋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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