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소 설치 등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획기적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됐던 금강산 남북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이 2일 공동보도문 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끝났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당국간 회담이 결렬되기는 이번이 4번째이다. 하지만 이번 접촉의 결렬은 북한 핵 파문의 와중에 일어난 데다 민족적 숙원인 이산가족 문제를 다뤘던 만큼 더욱 파장이 크다. 이 추세라면 현 정부의 남은 임기에는 추가적인 이산 상봉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회담 결렬의 원인은 물론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에 대한 남북간 시각차였다. 북측은 면회소 설치 문제에만 집착했을 뿐 면회소 완공 전 상봉 정례화나 생사확인 확대, 한국전쟁 중 행방불명자 생사·주소 확인 등 9월 4차 총재급 적십자 회담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고수했다. 북측은 특히 일본인 납치 인정 이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북측은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나섰던 면회소 문제에 대해서도 개운치 않은 뒤끝을 남겼다. 북측 회담 관계자는 "면회소를 번듯하게 세워 흩어진 가족·친척 면회도 하고, 장관급 회담 등 여러 행사도 하고…"라고 언급, 남측 비용으로 지어지는 면회소를 이산 상봉 외의 용도로도 활용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남측이 내달 초 동해선 임시도로 개통 기념으로 실시할 계획이었던 추가 이산상봉도 불발로 끝났다. 북측은 내달 초 상봉 제의를 "날씨가 추워진다"는 궁색한 이유로 거부한데 이어 "그렇다면 새해 설은 어떠냐"는 수정 제안도 매몰차게 내쳤다. 남측 회담관계자는 "북측 주장대로 면회소 완공 후 상봉하게 되면 앞으로 최소 1년 이상 이산의 고통이 더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는 이산 상봉에 내보낼 '준비된 가족'이 5차례의 행사로 동났을 수 있다는 내부 사정도 있겠지만, 여전히 이산가족 문제를 협상용 카드로 여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빈손으로 돌아와 아쉽지만, 북측에 지속적으로 전향적 태도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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