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돌고 돈다. 주식도 돌고 돈다. 한동안 좋았던 주식은 그 다음 한동안은 수익률이 나빠지기 마련이고, 한동안 무시당하던 주식은 그 반대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좋아진다. 바로 '수익역전(Return Reversal)' 현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명쾌하게 분석하는 논리는 없다. 학문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의 한 모습(anomaly)'으로 취급될 뿐이다. 시장들 사이에도 이 같은 식으로 음지와 양지의 교차가 있을 것이다.최근 노무라증권 보고서에서 재미있는 통계를 하나 발견했다. 1980년대 '일본 바람'이 전세계를 휩쓸 당시의 얘기이다. 그 때 일본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세계 대비 10% 정도였으나, 증시의 시가총액 비중은 그 두 배(20%)에 이르렀다. 지금은 시가총액이 다시 GDP 비중과 같은 10%선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반면 예전의 일본과 같은 현상이 생기고 있는 곳이 미국이다. 현재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전세계 시가총액의 절반(50%)에 달한다. GDP 비중(2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GDP는 유량(流量·flow) 개념이고, 시가총액은 저량(貯量·stock) 개념이므로, 함부로 비교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지만 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사람과, 한 달에 200만원을 벌지만 자산이 1억원인 사람을 단순 비교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에 경고를 의미하는 빨간 불이 깜박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GDP는 전세계 대비 1%, 주식시장 규모는 1.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만 갖고 보면 국내 증시가 특별히 과대 평가됐다거나, 과소 평가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지나친 기대를 버리고 냉정한 자세를 계속 지켜가야 할 시점이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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