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9일간의 '남한 경제 배우기'를 마치고 3일 돌아간 북한 고위급 경제시찰단은 핵개발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도 남북간 경제 협력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강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특히 시찰단은 자본주의 경영 방식과 제휴 가능성 등에 높은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북한의 경제 개혁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빠듯했던 8박9일
대부분 60∼70대 고령자들로 구성돼 일정을 여유롭게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들은 매일 1, 2개 일정을 추가하고, 세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 시찰단의 방문 코스는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관광시설 등을 망라했다.
1992년 첫 남한 시찰에 나섰던 김달현 당시 부총리 일행이 대기업 위주의 시찰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확실히 배워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 관광지 역시 92년에는 단순히 보고 즐기기 위해 방문한 반면, 이번 시찰단은 북한 관광단지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운영 방식과 시설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와는 함께 할 일이 많다"(삼성전자) "왜 중국에다 (투자를) 하느냐. 북한에 하면 좋지 않느냐"(태광실업) 등 방문지에서마다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북한 경제개혁 빨라지나
시찰단 방문은 7월1일 단행한 경제 개혁 조치의 연장선 상에 있다. 식량 배급제 폐지, 물가와 임금 인상, 환율 현실화, 수익 차등 분배 등 일련의 조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영 방식을 서둘러 배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특히 시찰단은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곧 바로 동남아 시찰까지 연달아 강행, 경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시켜줬다.
시찰단이 남측 경제 부총리에 해당하는 박남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 매제인 장성택 당중앙위 제1부부장, 송호경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등 고위급으로 구성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평양에 돌아간 뒤 김정일 위원장에게 시찰 결과에 대한 세세한 보고가 이뤄진 뒤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북 경협을 한층 공고히 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단 한 번의 시찰단 방문이 당장 대북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신의주 특구 지정, 개성공단 개발 등과 맞물려 양측이 서로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 시찰단은 "다음에는 젊은 이들로 구성된 시찰단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지속적인 경제 교류에 대한 낙관도 가능케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