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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서울대 한국정치硏 공동 대선 후보 정책·공약 검증/전문가 20명, 한달간 후보 말·자료집 총체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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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서울대 한국정치硏 공동 대선 후보 정책·공약 검증/전문가 20명, 한달간 후보 말·자료집 총체적 분석

입력
2002.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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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작업 이렇게…한국일보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한정연)와 손잡고 추진한 2002년 대선 주요 후보의 정책·공약 평가는 12월19일의 대선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 나아가 우리 개개인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 20명의 각 분야 전문가와 연구인력, 그리고 한국일보 취재진이 지난 1개월 동안 주요 후보의 정책 및 공약 자료를 수집, 분석해 왔다. 분석 대상은 각 후보 진영이 발표한 공약과 정책 뿐만 아니라 신문·방송과의 인터뷰, 기자간담회나 토론회 발언, 그리고 정당끼리 주고 받는 논평 등을 망라했다. 공약의 내실을 가리는 이 작업은 선거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공약 검증은 일관성과 중립성 확보에 주안점을 두었다. 분야별로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위해 시리즈 전체를 주관하는 5명의 기획자문위원이 우선 검증 기준을 제시하고 13명의 공약검증위원이 작성한 분야별 세부 검증기준을 다시 전체 토론을 거쳐 확정했다. 이 밖에 2명의 전문가가 2000년 미국 대선과 지난 4월 프랑스 대선 공약검증에 대한 분석자료를 제공했다.

한국일보와 한정연은 지난달 7일 첫 회의를 가진 데 이어 같은 달 16일 기획자문위원회의, 17일과 23일 전체 공약검증회의를 열었다. 4일 전문가들은 각 공약검증위원이 대표집필한 초안을 재차 점검한다.

특히 그 동안의 공약 평가가 추상적 '인상기'에 그쳐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피부에 와 닿는 쟁점에 대한 후보들의 태도를 비교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검증위원들은 사전에 10개 안팎의 해당 분야 현안과 쟁점을 선정,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환경분야의 경우 그린벨트와 북한산 관통도로, 미군기지를 포함한 군부대 오염 등에 대한 입장을 비교해 전체 환경정책을 평가하게 된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 검증을 시작하며

16대 대통령 선거가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후보들은 아직 체계적 공약 제시와 이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 정책토론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후보자의 이미지 관리나 인신공격, 정파간의 이합집산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이런 우려에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는 한국일보와 함께 선거가 명실상부한 정책 중심 대결로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번 공약 검증을 위해 모든 후보자에 거리를 두는 비판적 연구자를 각 분야 대표집필자로 선정했다. 집필자는 검증에 참여한 모든 연구자의 의견을 수렴해 유권자의 선택에 유익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검증 대상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 후보인지,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도를 얻었는지 등을 고려한 결과 권영길, 노무현, 이회창, 정몽준(가나다 순) 4명으로 잡았다.

공약 검증은 후보자의 장기적 비전과 정책기조의 적실성, 공약에 대한 후보와 정당의 실천 의지, 후보의 문제 파악 심도와 정확성, 제반 공약 사이의 일관성과 우선 순위, 공약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 이뤄진다. 이를 통해 후보간 정책적 차이를 부각하는 한편, 허구적이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백화점식 공약은 철저히 걸러낼 것이다.

공약검증 결과에 대해 각 후보 진영은 나름대로의 반론이나 의견 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 美의 대선 공약검증

미국 정치에 대한 대표적 오해는 선거가 후보의 이미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한국의 후보들이 벤치마킹한 카터의 '보통 사람'과 '가방 들기', 케네디의 '젊은 미국론' 등은 이미지 정치가 가장 발전된 곳이 미국임을 보여 준다.

하지만 미국 선거는 이와 동시에 전 과정이 정책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 짜여진 정교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1984년에 '새로운 인물론'의 이미지 정치를 시도하다가 스캔들로 물거품이 돼 버린 게리 하트 상원의원, 무수한 스캔들에 시달리고도 92, 96년 선거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의 차이는 바로 정책 공약의 위력을 웅변한다.

우선 각 정당은 대개 투표를 1년6개월 앞두고 당내 연구소 등의 심도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대선 기획을 확정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정한다. 92년 클린턴의 예상 밖 집권은 '민주주의 리더십 회의'라는 연구소의 수년간의 정책 생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정책 공약은 당 예비경선에서 본격적 검증을 거친다. 2000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앨 고어는 엄청난 기세로 도전해 온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을 건강의료 보험 공약의 치명적 허점(저소득층 혜택 미비)을 파헤쳐 무너뜨렸다.

언론은 이때부터 각 후보 진영의 전문가를 빈번하게 초빙해 치열한 공방을 전개한다. 각 후보 진영은 듣기 좋은 말을 제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24시간 각 진영을 취재하는 뉴스위크의 토머스 에번스같은 기자들이나 수십년간 사회자로 뼈가 굵은 짐 레러같은 언론인들 앞에서 적당한 대응이 통하지 않는다.

언론매체는 감세안이나 사회연금 개혁안을 소개할 뿐 아니라 예산 동원상의 차이 등을 상세히 비교하고 심지어 각 국민이 수입에 따라 환급받을 돈의 액수까지 친절하게 계산해 준다. 각 후보도 자신의 정책 능력을 보이기 위해 100쪽 이상의 정책 제안서를 배부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무도 볼 것 같지 않은 이런 보고서가 며칠 내에 언론의 도마에 오른다는 사실이다. 세밀한 검증 기능은 유권자에 의해 강제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유권자는 이념이나 지역성보다 개별 정책 쟁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당이 그 영향력을 크게 두려워하는 노인층은 2000년 대선에서 의료보험, 사회연금이 아니라 한결 더 미세한 쟁점인 '처방약 보험문제'에 집중적 관심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고어와 조지 W 부시는 이 문제를 놓고 상세한 계획을 발표하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세련된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언론도 다양한 방식을 개발한다. 뉴욕타임스는 각 후보의 정치광고가 나올 때마다 비평 코너를 통해 타당성을 치밀하게 검증한다. 이 때문에 부시는 인신공격성 광고에 치중하다가 호된 비판에 밀려 네거티브 광고를 철회했다.

안병진(安炳鎭)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미 뉴 스쿨 포 소셜 리서치 연구원

■ 佛의 대선 공약검증

프랑스는 극좌에서 극우까지의 이념적 차별성을 토대로 정책정당의 정치구도가 형성돼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선은 일상 정치의 연속선상에 있는 하나의 이벤트라는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대선의 정책검증은 '바람'에 의존하는 이미지 경쟁보다는 좌우파가 일상적으로 전개하는 지속적 정책대결의 정점이다. 따라서 후보도 의외의 인물이 혜성처럼 나타나는 게 아니라 잠재적 대통령으로 꾸준하게 검증을 받아 온 인물로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각 후보는 대부분 단일후보로 당의 인준을 얻기 때문에 본격적 정책검증은 출마선언과 동시에 시작된다. 후보는 소속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조응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지 유권자의 집회 등을 통해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한다.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1차 투표까지 언론은 모든 후보에 대한 단독 검증방식과 후보나 후보측 핵심인사들이 참여하는 집단적 검증방식을 병행해 차별성과 실현가능성을 집중 조명한다. 결선투표에 이르면 두 후보가 마주하는 직접 토론으로 검증이 진행된다. 그러나 5월 대선에서 자크 시라크 후보는 극우파 장마리 르펜과의 양자토론을 거부했다.

후보의 토론은 아주 구체적 수치까지 주고 받는다. 정책이 급조된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장기간 검토하고 고심해 온 것이어서 원론적 설명에 그치거나 모호한 답변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 당시 시라크 후보는 5년 동안 매년 5%씩 세율을 인하한다는 감세안을 내세운 반면 다른 공약 이행을 위해 예산지출은 확대해야 하는 모순되는 정책을 제시했다. 다른 후보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시라크의 감세안은 프랑스가 3% 대의 성장을 지속해야 가까스로 고려할 수 있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이라고 비판했고, 시라크도 구체적 수치를 내세워 효율적 재정지출로 충분히 실현할 있다고 맞섰다. 한정된 시간에 검증을 시도하는 이러한 과정은 전체 공약보다는 주요 쟁점 중심으로 진행되는 편향성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유력 후보는 여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을 수 있는 핵심적 정책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환식(李煥植) 한국정치연구소 편집위원 프랑스 외교전략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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