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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황허 /루쉰등 中현대문학 거장 23명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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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황허 /루쉰등 中현대문학 거장 23명 산문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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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허세욱 편역 학고재 발행·9,500원황토가 많아 물빛이 누르다고 붙여진 이름 황허(黃河). 중국 신화 속의 서왕모(西王母)가 산다는 쿤룬산(崑崙山) 부근에서 발원해 중국 문명의 모태인 황토고원 일대를 지나 굽이굽이 동쪽으로 흘러가는 이 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라 중국 역사와 함께 한 중국의 상징이다.

'한 움큼 황허 물'은 1921년부터 2001년에 이르는 근·현대 중국문학사의 거장 23명의 산문 56편을 중문학자 허세욱(許世旭·68)씨가 번역해 모은 책이다. 중국 근·현대 문학의 원류인 루쉰(魯迅·1881∼1936)의 글에 배를 띄운 독자들은 신세대 작가인 자핑아오(賈平凹·50)까지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긴다.

그 속에는 혁명의 시기에 영웅이 못 된다고 절망한 젊은 날의 고뇌(루쉰의 '<납함> 자서')와 타향에서 동분서주하며 애썼으나 허망해진 아버지의 뒷모습(주쯔칭의 '아버지의 뒷모습') 그리고 중국 인텔리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답답함과 울분(린페이의 '나와 소')이 깃들어 있다.

또 위광중(余光中)은 대만과 미국을 민들레 홀씨처럼 오가면서도 조국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는 한 조각 붉은 마음을 드러내고 자핑아오는 은나라의 수도가 있던 황토고원이 지금은 비록 시골 마을로 쇠락했지만 그래도 편안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생활 속의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라오서(老舍)의 '잔소리'와 량스치우(梁實秋)의 '모기와 파리'도 놓칠 수 없는 글이다.

흐르는 황허의 물결처럼 각각의 글들은 격렬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다가온다. 중년 세대는 동란의 시대를 살아간 지난 날을 돌아보고, 청년 세대는 치열한 정열과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중국 문학의 거대한 물줄기에서 감칠맛 나는 글을 한 움큼씩 퍼올린 역자의 편집이 돋보인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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