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이 예상 외의 높은 증가세를 보여 최근 내수 위축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월 수출이 2년 만에 150억 달러를 넘어서고 증가율이 26%를 기록한 것은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이틀 많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상 밖이다.■중국 수출 급증, 미국도 호조
최근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중국 시장이다. 지난 달 대 중국 수출은 20일까지 13억9,5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9%나 증가했다. 이는 휴대폰,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관련 제품과 중국의 수출 급증에 따른 전자부품 철강 석유화학 등 중간재의 수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 휴대폰 수출은 작년보다 18배 늘었고, 컴퓨터와 전자부품은 54%, 69%씩 증가했다. 철강(54%) 석유화학(58%) 일반기계(110%)의 증가세도 눈부시다. 이 같은 증가세에 힘입어 중국은 미국에 이어 2위의 수출시장으로 확고히 자리잡았고, 홍콩을 포함하면 지난달부터 미국을 앞지르는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미국 경제의 불안과 서부항만 폐쇄(9월29일∼10월8일)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이 24.8%나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산자부는 지난해 9·11테러 이후 대미 수출이 급감했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과 컴퓨터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연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등 IT제품은 주로 항공편으로 운송하고, 자동차 철강 등은 전용선박 및 별도 부두를 이용해 항만폐쇄의 영향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는 9월에 12억달러에 그쳤던 자동차 수출이 16억달러로 급증, 월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특소세 감면으로 내수시장에 집중됐던 물량을 수출로 되돌린 데다, 중형차 비중이 커져 가격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대일 무역적자 심화
하지만 수출 증가의 이면에는 대일 무역적자 확대라는 그림자가 있다. 올들어 지난달 20일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112억달러로 1996년 이후 연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이 늘어날수록 원자재와 부품 등의 대일 수입이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세가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낙관할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이 7월 말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용 원자재 수입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이나, 미국 일본 등 세계경제 회복 지연,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등 불안요인이 남아 있다.
김재현(金在鉉) 산자부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이후는 낙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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