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에서 3.1%로.' 3·4분기 미국 경제의 성적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전분기 대비 2배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고무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의 반응은 신통치 못하다. 경기 회복을 이끌기에는 성장 동력이 미흡할 뿐 아니라 당초 예상했던 3.6%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도 1일 10월 실업률이 전달보다 0.1% 증가한 5.7%를 기록했다고 밝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수치는 최근 소비 심리와 기업 투자의 위축 징후와 맞물려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성장의 질이 문제다
미국 상무부가 31일 발표한 올 3·4분기 성장률은 3.1%.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 판매가 22.7%나 급증한 것이 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의 장비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도 6.5%로 2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언급하는 등 미 행정부는 환영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반길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한 자동차의 경우 실적 제고를 위해 60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 등 제살 깎아먹기식 소비 유인책의 임시 처방에 의존하고 있다. 2위 업체인 포드의 10월 판매 실적이 급감하기 시작하는 등 약효가 벌써부터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30일 9월 주택담보대출(모기지)판매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은 경기 회복의 한 축을 맡았던 주택건설 부문에도 금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체감 경기는 영하권
3%대의 경제성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는 31일 기업 투자전략가와 이코노미스트 등 108명을 대상으로 분기별 경제전망을 조사한 결과, 향후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이 57%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는 7월 조사 당시보다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날 발표된 시카고구매관리협회(CPMA)지수도 9월의 48.1에서 10월 45.9로 떨어졌다.
더 큰 걱정은 제조보다 소비 부문.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의 위축은 미국 경제에 비상 사이렌과 같다. 상무부가 1일 발표한 9월 소비지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불안 심리와 주식 침체 등으로 8월의 0.4% 상승에서 0.4% 감소했다고 밝혀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10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금리인하 대세론
미국 경제를 가로막는 이 같은 적신호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가 그나마 선전하는 것은 금리인하 기대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11월 6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CNN방송은 관심은 금리 인하의 폭에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로 우려되는 인플레가 2·4분기 2.7%에서 3·4분기에 1.9%로 낮아진 점을 감안, FRB의 과감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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