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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쉬어라! 당신이 쉬어도 세상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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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쉬어라! 당신이 쉬어도 세상은 굴러간다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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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멀러 지음·박윤정 옮김 도솔 발행. 8,900원"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다. 쉬고 노는데도 적잖은 돈이 드는 세태가 반영된 이 카피는 뒤집어보면, "떠나고 싶은가? 그럼 먼저 뼈빠지게 일하라!"는 뜻으로도 들린다. 늘 일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휴식이란 이처럼 열심히 일해 뭔가 성취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로 여겨진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목사이자 불교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의 전통을 섭렵한 명상전문가인 저자는 "안식일의 참뜻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독교나 유대교의 안식일이 본래 인간에게 부여된 신성한 의무였음을 상기시킨다. 하느님도 세상을 지을 때 엿새는 일하고 하루는 쉬었다. 예수도 병자를 돌보고 제자를 가르치다가 홀연히 사라져 기도하고 휴식했다.

"이 바쁜 세상에…"라고 투덜거릴지 모를 독자에게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바쁘다'는 뜻의 한자 '망(忙)'은 마음(心)과 죽음(亡) 두 글자의 조합이다. 즉 '마음을 죽인다'는 의미다." 장자도 말했다. "누가 감히 흙탕물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그냥 고요하게 놔두면 그 물은 절로 깨끗해지는 법이다." 이처럼 휴식은 모든 존재가 본래 자리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영적인 중력이며, 세상 걱정과 근심을 털어내는 축복의 시간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그래도 바쁜데…"라고 항변할지 모를 독자에게 저자는 충고한다. "하늘 아래 모든 일에 알맞은 때가 있듯이 재충전과 즐거움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일단 일을 멈춰라. 그 순간 세계가 우리 없이도 계속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 속의 온갖 욕망을 잠시나마 털어내라고 조언한다. "문제는 단지 일을 많이 너무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보상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다." 참다운 휴식은 멈춤과 비움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걸까. 저자는 작정하고 떠나는 거창한 휴식보다 일상 속의 작은 틈들을 적절히 활용할 것을 권한다. 휴일 아침 잠에서 깬 뒤 그대로 누운 채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거나 1시간쯤 '눈요기 쇼핑'을 하면서 온갖 물건들의 유혹을 뿌리친 뒤 오히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휴식이다. 산책을 하면서 아무런 목적도, 깨달음에 대한 집착도 없이 그저 영혼이 나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거나 혼자 큰 소리로 책을 읽으며 꾸미지 않은 음성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훌륭한 휴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각 장에 딸린 '쉼테크' 코너에는 이처럼 저자가 지인들에게서 보고 들은, 다양한 휴식 방법이 소개돼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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