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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日 古書축제를 보며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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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시내에는 간다(神田)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발행된 지 오래된 고서를 주로 판매하는 서점 300여곳이 모여 있는 세계적인 고서점가이지요. 구하기 어려운 희귀 책도 많습니다. 도쿄를 들른 외국인 가운데서도 책에 제법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르는 곳입니다. 일본 출판의 자존심 이와나미(岩波)서점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서점들의 겉 모습은 우리의 그만그만한 서점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지금 이곳에서 제 43회 간다 고서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개막했는데 4일까지 계속됩니다. 축제라고 거창한 볼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람들이 무척 많이 찾아옵니다. 평소의 고서 가격보다 최고 50% 할인하는가 하면 감추어두었던 희귀본도 진열합니다. 경매도 이뤄지지요. 이번에 진열한 고서는 무려 100만권이라 하니 놀라울 뿐입니다. 지난달 30일 이곳을 찾은 우리나라의 한 출판인은 "교수, 학생, 외국서온 유학생은 물론 주부들도 몰려왔다"고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간다의 고서점은 메이지(明治)대학 등 인근 대학의 학생들을 겨냥해 메이지세대부터 형성됐으니 역사가 100년에 이릅니다. 간다 고서점의 특징은 고서라도 각각 다루는 장르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서점은 만화책을 주로 다루고 또 어떤 곳은 국문학 관련 책, 역사책, 통계자료...하는 식입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띠고 있어서 이곳 고서점 관계자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 수준입니다.

간다의 고서 축제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청계천이 떠오릅니다. 20년 전까지만 청계천에는 적지 않은 고서점이 모여 있었습니다. 기자도 1980년대 초, 중반 여러 차례 고서점을 들렀습니다. 책을 싸게 사는 것도 좋았지만 지난간 책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지금 청계천 대신 도심의 대형 서점을 찾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청계천이나 부산 보수동의 고서점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꼭 고서를 많이 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성황을 이루는 간다 축제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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