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이 다음 주 전세계에서 동시에 시작된다. 라마단은 무슬림들이 한달 동안 금욕·금식을 하는 중요한 종교 의식 중 하나다. 한국전쟁 때 유엔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터키 군목(軍牧)의 선교로 국내에 전래된 이슬람교의 한국 신자들도 매년 라마단 의식을 지켜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잡은 서울중앙성원(모스크)에서 이행래(李杏來·65) 이맘(예배집전자)을 만나 라마단의 의미와 국내의 이슬람교 현황 등에 대해 들었다.―올해 라마단은 언제 시작하나.
"이슬람력으로 9월 초하루부터 그믐날까지가 라마단 기간이다. 올해는 6일 경인데, 전날 저녁 초승달이 관측되면 바로 다음날부터 라마단이 시작되기 때문에 5일 또는 7일 시작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 3일 전 서울 남산, 부산, 강원도 등지에서 초승달을 관측해 라마단 시작일을 공표한다."
―지난 해에는 11월 17일 라마단이 시작됐다. 왜 라마단 시작일이 바뀌나.
"이슬람력은 순태음력이어서 한국이나 중국에서처럼 윤달이 없다. 따라서 라마단의 시작일은 양력 기준으로 매년 10∼11일씩 앞당겨진다."
―라마단을 자세히 소개해달라.
"이슬람 교리는 샤하다(신앙고백) 예배 헌금 라마단 그리고 성지순례 등 다섯 가지 실천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라마단은 한달 동안 금식하며 종교인으로서 일종의 특별 수련을 거치는 기간이다. 무슬림 성인들은 9월이 되면 동이 트기 전부터 일몰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먹을 수 없다. 성행위나 과격한 행동, 사악한 말 등도 삼가야 하고 담배도 금지된다."
―규율이 너무 엄격해 모든 사람이 참여하기는 힘들 것 같다.
"여행 중인 자나 병중에 있는 자, 임산부, 노약자는 상황에 따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라마단을 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먹고 마시고 성관계를 갖는 인간의 세 가지 욕구를 조절함으로써 절제심을 키우자는 것이다. 마음가짐을 바르게 함으로써 정신세계를 정화하고, 배고픔의 고통을 체험함으로써 자선의 미덕을 가지게 하자는 뜻도 있다. 위를 쉬게 해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에는 이슬람교 성원이 몇 곳이나 있나.
"현재 이슬람교 성원은 서울 한남동, 부산, 경기 광주와 안양, 전주 등 5곳이 있고 10일 경기 안산에 새 성원을 개원한다. 외국인 노동자 등을 포함하면 국내 무슬림은 10만 명에 달한다. 이중 한국인 신자는 3만5,000여 명으로 실제 라마단에 참가하는 사람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한다."
라마단이 끝난 다음날에는 이슬람교의 중요한 축제 중 하나인 파제절(이둘 피뜨르)이 열린다. 이형래 이맘은 "무슬림들은 이날 이슬람 성원에 함께 모여 축제예배를 드리고 라마단을 통해 깨달은 자선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조금씩 돈을 모아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고 아픈 사람에게 문병도 간다"고 소개했다.
이행래 이맘은 이슬람교의 활동에 대한 외부의 시선에 대해 묻자 "9·11 테러 이후 한국에 이슬람 문명 관련 책이 많이 출간되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 선교사들을 통해 이슬람교가 간접적으로 소개되는 바람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 식의 근거 없는 비방을 받아왔다는 것. 그는 "9·11 테러는 종교간 분쟁이라기보다는 서구 열강의 패권주의에 맞선 정치 전쟁, 영토회복 전쟁의 성격이 더 크다"며 "이슬람은 폭력적인 종교가 아니며, 오히려 종교의식에 형식을 중시하는 겉치레가 없고 신앙이 곧 생활 속에서 실현되는 매우 실용적인 종교"라고 강조했다. 1961년 동국대 국문과 재학 중 입교한 이행래 이맘은 한국 이슬람교 중앙연합회 사무차장, 선교위원장 등을 거쳐 91년 이맘으로 추대돼 11년째 한국 이슬람교를 이끌어오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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