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11월5일)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화·민주 양당의 막바지 득표전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화요일의 결전'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2년간의 대외·국내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2004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또 상원과 하원 의석의 재배치 결과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및 대테러전 수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양당이 총력을 다해 표밭 다지기에 나서면서 선거구마다 예측을 불허하는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박빙의 승부 예상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100명중 34명, 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중 36명을 새로 뽑는다.
현재 상원 분포는 민주 49명, 공화 49명, 무소속 1명이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폴 웰스턴(미네소타) 의원이 비행기 사고로 숨지면서 1석 차로 유지해온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는 일단 무너졌다.
하원은 공화 223명, 민주 208명, 무소속 1명, 공석 3석으로 공화당이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지사는 공화 27명, 민주 21명, 무소속 2명이다.
이번 선거는 9·11 테러 후 처음 실시하는 전국적 선거인데다 이라크 공격 문제, 국내외 테러 및 총기사고 발생, 엇갈리는 경기 평가 등의 요인으로 판세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0년 대선 후 정착된 '50대 50 정국'이 재연될 것"이라며 "양당의 의석차는 더욱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현안과 후보 자질이 당락 좌우
이번 선거는 초반에만 해도 이라크 확전을 앞두고 안보를 앞세우는 공화당과 부시 집권 2년의 경제 실정을 심판하려는 민주당의 정책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되는 표심은 전국적인 이슈와는 거리가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역구 현안과 후보 자질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게 다소 유리하다. CNN과 갤럽이 지난달 22, 23일 성인 1,5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늘 선거가 실시되면 어느 당 후보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민주당, 40%는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뉴스위크가 지난달 24,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실제 유권자 등록을 한 응답자의 43%가 민주, 41%가 공화당을 선호, 양당이 오차범위(갻3%) 내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원 선거 민주당 수성이냐, 공화당 탈환이냐
상원 선거는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지난해 5월 제임스 제퍼즈(버몬트주) 의원이 탈당하면서 공화당은 여소야대의 위력을 절감해왔다. 1석 차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한 민주당은 부시 정부의 정책과 공화당의 입법 활동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웰스턴 의원의 사고로 다시 여야 동수가 됐지만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이어서 큰 의미가 없는 변화다.
그러나 공화당이 1석이라도 더 차지하게 될 경우 향후 2년의 정치 지형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한 석이라도 넘어가면 정부와 공화당을 견제할 수 없게 된다"며 유권자를 자극하고 있다.
공화당은 현재 이번 선거구 가운데 20곳, 민주당은 14곳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언뜻 보면 민주당이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선거구가 대부분 현역 의원의 텃밭이어서 접전 지역에서 어느 당이 이기든 한두 석 차이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2석씩 현재의 지역 분포를 서로 바꾸게 되는 경우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공화 우세 하원·민주 우세 주지사 선거
하원 전체 435개 선거구 중 10∼18곳이 접전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이 15석의 차이를 극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CNN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최대 221석을 차지,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민주당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민주당의 극적인 선전이 없는 한 하원 승리는 기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주지사 선거 지역 36곳 중 공화당 소속이 23명인 반면 민주당은 11명이어서 지켜야 할 선거구가 많은 공화당이 불리해 보인다.
선거구 전체를 분석한 쿡 폴리티컬 보고서는 민주당이 선거 전에 비해 3석 정도를 더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 주지사가 재선에 도전하는 플로리다주에서는 변호사 출신의 맥 브라이드가 예비선거에서 재닛 리노 전 법무부장관을 물리친 여세를 몰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이곳 선거전에 2년 전 대선을 재심판한다는 의미를 접목, 양당 중앙당의 총력 지원전이 펼쳐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에 12번이나 플로리다를 방문, 동생을 지원한 것만 봐도 이곳에서 벌어지는 양당의 사투를 짐작하게 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집권당 견제 계속될까 경기침체 반영될지 관심
이번 선거에서는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요소가 많다.
대통령 배출 정당 패배 징크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패한다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유지될까. 미국이 남북전쟁 이후 34차례 중간선거를 치르는 동안 백악관을 차지한 정당이 한 석이라도 의석을 늘린 경우는 단 두 번밖에 없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 정치적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심리가 유권자들의 의식 속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상원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연출할 것으로 보여 징크스가 깨질 가능성은 높지만 단언하기는 어렵다.
67%를 넘는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가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 제고로 이어지는 이른바 '코트 테일(Coat tail) 효과'가 작용할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공화당 후보들은 부시 대통령이 선도하는 대 테러전과 이라크 전쟁 문제 등으로 안보의식이 높아지면서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의 높은 투표율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가 개인 후보의 득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경제와 선거자금도 변수 3·4분기 경제실적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소비자신뢰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가 줄줄이 발표되고 있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우려하면서도 그 책임을 부시 정부에만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월 상·하원을 통과한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이번 선거는 정당에 기부되는 정치자금(소프트 머니)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이에 따라 각 당은 TV 홍보 등 선거활동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기업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이 선거자금에서 큰 차이로 민주당을 앞서고 있어 선거자금이 얼마나 당락을 좌우할지 주목된다.
세대교체와 여성 주지사 후보 선전 이번 선거는 2000년 인구 센서스 결과를 토대로 하원 선거구를 재획정한 후 처음 치르는 전국적 선거이다. 그만큼 투표 성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대체적으로 공화당에 3,4석 정도 유리하게 선거구가 그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을 지낸 제시 헬름스(81·노스 캐롤라이나), 금융위원장 출신의 필 그램(60·텍사스), 극렬한 인종주의자 스트롬 서몬드(100·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보수 1세대 3인방이 은퇴함으로써 신진 세력의 등장이 기대된다.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하와이에서는 여성끼리 경합중이고, 미시건주의 제니퍼 그랜드홀름 검찰총장의 당선도 유력하다. 이밖에 3,4명의 여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어 여성 주지사 풍년을 이룰 전망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키워드/ 美 중간선거는
4년 임기의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만에 치르는 선거로,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로 간주된다. 중간선거에서는 임기 2년인 하원 의원 전원과 임기 6년인 상원 의원의 3분의 1(올해는 34명)을 새로 뽑는다. 주지사는 대개 4년 임기인데 전국 선거와 별도로 선거를 치르는 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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