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제 적발한 1조3,000억원대 자본금 허위 납입 사건은 벤처 열풍이 사채업자와 작전꾼, 은행이 짜고 벌인 한 판의 사기극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충격적이다. 사채업자들이 신설 회사에 자본금을 넣었다가 바로 빼내는 가장(假裝) 납입 수법으로 만든 법인이 1년여 동안 무려 1만337개에 달한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난해 전국에 설립된 신설 법인수가 4만4,420개이니 4개 기업 중 하나 꼴로 '깡통회사'가 차려진 셈이다.사이비 벤처 사업가들은 사채업자의 돈을 빌려 회사 계좌로 넣고, 회사 설립 등기를 마친 즉시 돈을 빼냈다.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외견상 멀쩡한 회사를 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급조된 깡통회사들은 유망한 벤처 기업인 양 행세하며 정부의 벤처 자금을 지원받고 투자자금을 끌어 모았다. 주가를 뻥튀기해 투자자들을 현혹한 사이비 벤처 기업가들은 끌어 모은 돈으로 머니 게임에 열중하거나 주가조작을 일삼는 등 사기행각을 벌여 왔다. 장부상에 잡힌 돈이 빠져나가 껍데기만 남았는데도 증자가 이뤄졌다는 사실만 믿고 주식을 산 선의의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 구속된 명동의 사채업자 반모씨가 하루 300억∼5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은행원과 짜고 부실 법인을 양산해 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채시장에서 무명이던 반씨가 이 정권들어 급성장한 배경이 궁금하다. 반씨 뒤에 거물급 정치인이 있고, 누군가의 큰돈을 위탁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규명이 필요하다.
사채를 양성화하기 위한 대부업법도 시행되고 있는 만큼 사채업자들의 불법 영업과 비리 연루행위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검찰은 단순한 사건 적발에 그칠게 아니라 가장 납입으로 세워진 1만여개의 회사에 대해서도 추가수사를 통해 어떤 비리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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