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방문 엿새째를 맞은 북한 고위급 경제시찰단은 31일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5곳을 돌아 봤다. 시찰단장인 박남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시찰단 은 현대 계열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박 단장은 현대중공업 최길선 사장에게 "중국에서 선박을 제조하기 위해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즉석에서 교류를 제의했다.○…전날 묵었던 경주 조선호텔을 떠나 울산에 도착한 일행은 제일 먼저 현대중공업을 찾았다. 회사측에서 마련한 차를 타고 250만평 규모의 공장을 둘러본 시찰단은 엔진 부품인 실린더, 피스톤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박 단장은 "(엔진) 주물을 여기서 직접 하느냐" "실린더와 프로펠러 제작도 여기서 하느냐" 등 자체 기술 여부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현대자동차 방문에서도 시찰단은 엔진 공장을 자청해서 둘러 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찰단에서 애초 일정에 없던 엔진공장을 보고싶다고 요청해 왔다"며 "이 때문에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된 시찰 시간이 30분이나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시찰단의 '현대'에 대한 애정 표현은 각별했다. 현대중공업 선박엔진 공장 시찰을 마친 뒤 박 단장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회사 이름이 '현대' 아닙니까. 현대라는 이름에 맞게 해놓았습니다. 대단합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단장은 이어진 다과 자리에서 고 정주영 회장을 떠올리며, "통이 큰 분이었다"고 회상했고, 옆 자리에 앉은 송호경 조선 아·태위원회 부위원장도 "정주영 회장의 기본 정신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거들었다.
현대자동차를 찾아서도 박 단장은 "정 회장은 민족의 화해에 이바지한 분이다. 현대와 손을 잡고 계속 나갈 것이며 우리는 현대에 각별한 애정을 갖을 수밖에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오후에 고리 원자력본부를 찾은 시찰단은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민감한 시점임을 감안한 듯,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시찰단은 "터빈은 보여주지 않느냐" "취수구를 통해 끌어들인 바닷물이 배수구를 통해 나갈 때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느냐" 등 기술적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질문을 많이 했다.
신발제조업체인 태광실업을 방문해서는 북한 투자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기도 했다. 박 단장은 태광실업이 중국 청두에 현지공장을 두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왜 중국에다 하느냐. 북쪽에다 하면 좋지 않느냐"고 투자를 적극 당부했다.
/공동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