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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개척자 美 대니얼 데닛교수 방한/"인간의 의식은 마술쇼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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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개척자 美 대니얼 데닛교수 방한/"인간의 의식은 마술쇼와 비슷"

입력
200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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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식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철학자들의 오랜 관심사였던 의식 탐구는 1950년대 후반 철학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과학 신경과학 등을 연계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란 새 학문 조류가 태동하면서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철학자들이 의식을 관장하는 통합적 존재로 자아나 주체 등을 상정해온 반면, 인지과학은 의식을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과 같이 일정한 프로그램 수행 체계들의 집합으로 파악한다. 다만 컴퓨터보다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점만 다르다는 주장이다.철학 분야의 인지과학을 선도해온 세계적 석학 대니얼 데닛(60)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 2일 첫 방한한다. 그는 한국학술협의회와 대우재단 주최 '석학연속강좌'에 초빙돼 4∼9일 '의식의 과학적 탐구:철학적 장애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세미나와 공개강연을 갖는다. 데닛 교수는 하버드대 철학과 출신으로 옥스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70년대부터 인지과학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데닛 교수가 특히 주목 받는 것은 인공지능 두뇌생리학 등의 최신 성과를 철학 연구에 접목하는 동시에 인지과학의 의식 탐구를 지나친 기계론이라고 비판하는 학자들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수많은 논쟁의 중심에 서왔기 때문이다. 그는 인지과학자들과도 숱한 논쟁을 벌였는데 80년대 중·후반 인간의 마음에 표상(表像)이 실재하느냐 여부를 놓고 제리 포더와 벌인 논쟁은 학계에서 유명하다.

그는 전문가 세미나에 이어 8일 오후3시 한국프레스센터, 9일 오전10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공개 강연에서도 의식을 신비화하는 기존 경향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청중들을 의식의 과학적 탐구 세계로 안내한다.

데닛 교수는 첫날 강연에서 과학기술이 우리보다 앞선 화성인들이 지구를 찾아 인간을 탐구한다는 재미있는 가설을 통해 그가 '타자현상학'(Heterophenomenology)으로 이름 붙인, 의식에 대한 '3인칭적 접근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내 의식은 나 혼자만 알 수 있다"는 식의 '1인칭적 접근'에서 벗어나 자연현상을 연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접근해야 의식형성 과정의 비밀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의식의 마술에 대한 설명'을 주제로 한 두번째 강연에서 그는 의식을 속임수를 수반하는 마술 쇼에 비유해 설명한다. 일례로 기시감(旣視感)은 실제 과거에 본 것을 다시 경험하는 신비한 현상이 아니라 시각 체계의 한 채널을 통해 등록된 경험이 1000분의 몇 초 이후 다른 채널로 전달됐을 때 "전에 본 적이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마술쇼의 눈속임 수법을 알려주면 '왜 흥을 깨냐'는 반응을 얻기 쉽듯이 의식을 설명하려는 나의 시도 역시 유사한 저항을 불러일으켜 왔다"고 꼬집는다.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87년 인지과학회가 출범하면서 개별 분야에서는 상당한 연구가 축적됐지만 그 성과를 통합하는 학제(學際)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면서 "이번 강좌를 계기로 인지과학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져 학제 연구 활성화와 국내 대학의 인지과학 과정 개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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