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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보호법 시행 1년… 실태와 문제점/"모성보호, 아직 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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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보호법 시행 1년… 실태와 문제점/"모성보호, 아직 먼 얘기"

입력
200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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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의 물류센터에서 5년간 일해온 강모(29)씨는 최근 출산 예정일을 2개월여 앞두고 회사로부터 노골적인 퇴직 압력을 받았다. 회사측이 강씨 자리를 대신할 직원을 채용한 뒤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며 그만둘 것을 강요한 것. 강씨는 눈치를 보다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회사는 말을 바꿔 '개인 사유에 의한 사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했다.■'여전히 해고·퇴직압력에 노출'

여성 근로자의 출산휴가 확대와 유급 육아휴직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모성보호 관련법이 개정된 지 1일로 1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강씨와 같은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당국의 지원정책과, 사업주 및 근로자의 인식·이해 부족 등으로 모성보호법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대표 이철순)가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평등의 전화'에 걸려온 상담사례(48건)를 분석,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임신·출산을 이유로 해고나 퇴직 압력을 받은 사례가 15건(31%)이나 되는 등 아직도 상당수 여성 근로자들이 출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과 관련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비정규직'이 원인

모성보호법 확대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성 근로자들이 출산·육아 문제로 해고나 퇴직압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은 전체 여성근로자(800여만명)의 73%정도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김원정(26) 여성차장은 "직원 채용 때 아예 여성만 계약직으로 뽑는 회사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여성근로자에게 모성보호는 머나먼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부가 최근 병원 924곳과 여성 근로자 교대사업장 등 1,066개 업체를 대상으로 모성보호·남녀평등 지도·점검을 실시한 결과, 39곳이 산전·후 휴가를 규정(90일)보다 적게 주거나 임산부에게 야근·시간외근로·휴일근로를 시키다 사법처리를 당하는 등 총 671곳이 적발됐다.

모성보호를 위해 출산한 여성근로자 또는 배우자가 사용할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도 고용불안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아직 '그림의 떡'이다.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회사원 최모(30)씨는 "출산 휴가 3개월 쓰기도 눈치가 보이는데 육아휴직 10.5개월까지 쓰면 과연 본래의 내 자리가 있을 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모성보호법" 이용현황

지난해 11월부터 확대 시행된 모성보호법의 골자는 산전·후 휴가 연장과 유급 육아휴직제도의 도입이다. 하지만 시행 1년을 뒤돌아 보면 이 제도의 이용현황은 아직도 미미하기 짝이 없다.

31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 말까지 산전·후 휴가를 간 여성근로자는 모두 1만5,966명으로, 이들에게 총 158억6,000여만원의 급여가 지급됐다. 시행 초기인 1월 45명에서 2월 503명, 3월 1,744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으나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만1세 미만의 영아를 양육하기 위한 육아휴직제도의 경우 모성보호법 시행으로 무급에서 유급으로 바뀌었으며, 남성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9월 말 현재 남성 53명, 여성 2,463명 등 모두 2,516명이 육아휴직을 했다. 이 역시 노동부가 당초 예상했던 2만여명의 12.5%에 불과하다. 현행 매달 2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액은 내년부터 40만원으로 100% 인상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모성보호에 대한 사업주와 근로자의 인식은 다소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노동부는 평가한다. 일부 업체는 출산휴가 기간을 법정기간 보다 2개월 늘려 5개월로 연장 운영하는 곳도 있고, 여성 간부 비율이 절반을 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공무원의 경우 최근 3년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수가 매년 2배씩 늘어나는 등 '애보는 아빠'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점도 성과로 꼽히고 있다.

/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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