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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임기말 무뎌진 공정위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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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임기말 무뎌진 공정위 칼

입력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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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6대 그룹 내부거래 공시이행 실태조사가 석달만에 마무리됨에 따라 재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논란도 끝을 맺게 됐다. 공정위로선 당초 해명대로 '공시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데 그침으로써 '거 봐라, 내가 뭐랬냐'고 할 말이 생겼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7월 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경제가 막 회복되려는 참에 정부가 재계의 목을 죄는 '투망식 조사'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정치권도 거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기업을 길들이고 정치자금을 통제하려는 '기획조사'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언론이 한몫을 했다. 일부 언론은 '재계의 대선 자금줄을 죄려는 의도'라는 야당의원 주장을 크게 다루면서, 공정위원장이 '기획조사'라고 시인했다고까지 보도했다. 재계와 정치권의 '공격'과 공정위의 '해명'은 이후에도 몇 차례 계속됐다.

결국 이날 조사결과 발표로 공정위는 '단순한 공시이행 점검'이라는 해명을 지켰다. 하지만 정치권과 재계의 압박에 밀려 약속한 선을 넘지 않는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감추지는 못했다. 기업이 법에 따라 공시하도록 되어 있는 대규모 내부거래를 공시하지 않았다면 부당 내부거래를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공시를 하지 않은 규모가 무려 4조5,000억원, 공시를 늦게 한 경우까지 하면 10조원 이상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추가적인 부당 내부거래 조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는 임기 말 힘이 빠진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예봉을 피했고, 정치권은 대선과 연계한 음모론을 제기해 일정한 정치적 소득을 얻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이 임기 말이라고 해서 훼손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정치적 시비를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스스로 신뢰와 권위를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

김상철 경제부 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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