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29일 고문, 강간, 납치 등 러시아 정부의 인권 유린 실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러시아 연방:사법정의의 거부'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AI는 6월에 작성한 125쪽짜리의 이 보고서에서 "러시아에서 인권을 짓밟는 데 앞장서는 것은 테러범이나 범죄자들보다 군, 경찰 및 정보기관"이라고 지적하고 "대 테러전을 앞세워 체첸 인질극 강경 진압 및 인권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러시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보고서를 다시 공개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수감자는 세계 최고 수준인 100만여 명(전체 인구의 1%)이며 이 중 20만 명은 재판도 받지 않고 불법 구금된 상태이다. 보고서는 특히 여성과 2만 명에 이르는 미성년자 수감자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성 수감자의 90% 이상은 강간 등 성적 고문을 당하지만 이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아는 피해자는 거의 없다. 미성년자들도 성인들과 함께 수감돼 성적 학대를 받거나 식수, 의복, 의약품 등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또 사회 정화 및 교화를 내걸어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실제 혐의보다 과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사법 당국의 관례이다.
보고서는 러시아 경찰이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고문 방식들도 소개했다. '슐로니크(코끼리)'는 용의자의 머리에 비닐봉지 등을 씌우고 기절할 때까지 공기를 차단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 뒤 최루가스 등을 투입하는 방법이다. '라슈토츠카(제비)'는 용의자의 팔을 뒤로 묶은 채 철봉에 매달리게 해 끔찍한 고통을 준다. 이외에도 전기고문과 구타는 경찰서에서는 통과의례로 인식될 정도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러시아 내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 및 탄압상도 공개됐다. 체첸이나 잉구셰티아 공화국 등에서 러시아군이 약탈, 강간, 살인, 납치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것을 범죄자 및 테러범들에 대한 정당한 응징이라며 두둔하고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의 인권유린이 워낙 일상화해 국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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