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년래 최저치(79.4)를 기록하면서 금리인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다우지수는 소비자신뢰지수가 월가의 예상치(90.1)를 크게 밑돌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세를 보였으나, 장 막판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만약 금리인하와 함께 선진국의 경기부양 정책공조가 이뤄지면 강한 유동성 장세가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국내 예금금리도 사상 최저치인 연 3%대로 떨어지면서 여유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부진으로 은행 돈이 넘쳐나 당분간 금리인상 가능성도 낮아졌다. 일부에서 연말 유동성랠리를 점치는 것도 이라크전 가능성, 경기지표 하락세 등 불확실성만 제거되면 대기중인 부동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 탓이다.
■미국 내주 금리인하 가능성
이번주말 고용지표 등의 변수가 남아있지만, 11월 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소비자신뢰지수의 하락이 연내 금리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31일부터 잇따라 발표되는 노동부의 10월 실업률,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 상무부의 3분기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기지표도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이미 11월 금리가 0.25%포인트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로선 금리인하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본다"면서 "ISM 제조업지수와 실업률 등 경기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40여년만의 최저 수준인 연 1.75%이다.
■금리인하 효과는 양론
미국의 금리인하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향후 경기회복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감 못지않게, 금리를 내릴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미국의 경우 금리인하는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국내적으로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압력을 희석해 증시 자금유입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개선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어 연말연시 750∼800선의 제한적인 랠리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LG투자증권 황 팀장은 "미국의 금리수준이 워낙 낮아 추가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이나 유동성개선에 미칠 효과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여유자금 증시유입 기대
국내증시의 수급여건은 저금리에 힘입어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이다. 부동산경기가 정점을 지난데다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시대로 진입하면서 주식형 수익증권에 신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은행 수신금리는 세금(16.5%)을 제한 실수령 이자율이 4분기 물가상승률 추정치(3.8%)보다 낮은 3.3%대에 불과하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30일 한때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5.30%를 하향 돌파했다.
그만큼 금리인상 요인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모건스탠리증권은 내달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30일 전망했다. 부동산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플레 압력이 여전하지만,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 콜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외 저금리 현상이 곧바로 증시의 유동성 개선으로 연결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경험상 금리의 기대수익률이 아무리 낮아도 증시 리스크가 큰 상황에선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증시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저금리에도 불구, 투자자들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단기 부동자금이 증시에 들어오려면 경기지표의 하락세 진정 등 불확실성이 우선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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