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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열풍은 신기루였나/당시 "깡통회사"에 정부지원금-묻지마 투자속 코스닥 병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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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열풍은 신기루였나/당시 "깡통회사"에 정부지원금-묻지마 투자속 코스닥 병들어

입력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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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검찰이 발표한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는 2000년 한국경제를 휩쓴 '벤처 열풍'이 사채시장의 '검은 돈'이 빚어낸 신기루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서울 명동의 사채업자와 전문 기업사냥꾼, 은행 지점장 등이 주연과 조연으로 참가한 '검은 커넥션'은 한국 벤처의 산실인 코스닥 시장이 왜 그토록 빠르게 달아올랐다 싸늘하게 식어버렸는지, 한국경제가 왜 아직도 벤처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아야 하는지를 충분히 짐작케 한다.검찰 수사결과는 우선 사채시장이 신설 벤처와 코스닥의 최대 '돈줄'이었음을 재삼 확인해주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은행직원과 공모, 회사를 설립하려는 사람이나 유상증자를 추진중인 기업체 대표 등이 증자대금을 납입한 것처럼 돈을 입금시켰다가 곧바로 다시 인출했고(가장납입), 이 주식을 담보로 주가조작 작전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과 결탁한 기업사냥꾼들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본금과 주식 수를 마음대로 늘려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토대로 주가조작이나 각종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에 적발된 사채업자 10여명이 가장납입 방식으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불과 1년 5개월 동안 만든 '깡통회사'는 무려 1만337곳. 이는 지난해 전국에 설립된 신설법인수가 4만4,420개인 점을 고려할 때 실로 엄청난 규모다. 이렇게 급조된 깡통회사들은 유망한 벤처인양 행세하며 정부로부터 막대한 벤처자금을 지원받고 투자자금을 끌어모으며 머니게임을 해왔다.

결국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정부의 벤처정책과 '묻지마' 투자의 열기속에서 '무늬만 벤처'들이 코스닥의 거품을 키웠고, 벤처시장을 안으로 곪게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1999년 하반기이후 벤처시장이 뜨면서 서울 명동사채시장에는 비상장주식에만 투자하는 이른바 '프리 코스닥' 영업이 붐을 이뤘다.

명동 사채시장 관계자는 "당시엔 어음할인이나 회사채, 소액급전대출 등 나름대로 전문영역을 개척하던 사채업자들이 너나없이 프리 코스닥에 매달렸다"며 "주가를 뻥튀기해서 거액을 챙긴 경우도 많지만 아직도 돈이 묶여있는 업자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더구나 당시 벤처투자의 꼬리표를 달고 사채시장에 흘러 들어온 전주(錢主)의 자금 중에는 정치권 비자금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정설. 그런 점에서 이번 검찰수사는 '검은 커넥션'의 변죽만 두드린 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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