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강북개발, 공익에 충실하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강북개발, 공익에 충실하라

입력
2002.10.31 00:00
0 0

서울 시민이라면 1970년대 강남개발을 기억할 것이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역(逆) 강남개발' 시대를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70년대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여 강남을 개발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위하여 강북을 개발하는 것인가.강북개발의 목적 중 가장 큰 것은 지역 균형발전의 논리다. 부동산 전문업체의 10월 조사에 의하면 강남구의 아파트 평당 평균가격이 금천구의 3배 이상이라는 자료에 접할 때 그 필요성을 알게 되고, 강남구의 30평형대 아파트가 6억원 이상을 호가한다는 보도를 볼 때 그 절실함을 느낀다.

결국 강북개발은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보상이며, 강북의 주택가격을 올리기 위한 정책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의 세금을 쏟아 부을 특정지역이 어떻게 선정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강북의 집값을 올리기 위해 강서구 진관내·외동, 성북구 길음, 성동구 왕십리 지역을 선정했으며, 도시개발을 통하여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이것이 주택가격을 올리는 근거가 될 것이며, 거점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지가가 상승하면 주변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서울시의 개발계획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경기 용인지역의 난개발과 맥을 같이 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경기 용인시가 상하수도, 학교 등 도시 기반시설이 부족했다면, 현재 서울시의 개발계획은 기본 철학이 없다. 도시계획은 실천적 학문이며, 공익이라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도시계획은 도시를 20년 또는 10년 단위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변화를 예측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공적 계획으로, 도시의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한 뒤 개발·보전 및 관리지역 등으로 구분하여 계획을 수립하며, 전문가 시민 그리고 관련 공무원이 함께 하는 계획이다. 따라서 최소 1∼2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 동안 많은 이해 당사자와 협의·협상하여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거지역으로 개발 할 곳에 어떤 형태의 주택(단독, 연립, 저·중·고층의 아파트)을 건설하며, 몇 평형의 규모로 얼마만큼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개발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 평형별 재고량, 인구의 특성, 소득수준, 지역적 선호도, 공간적 특성 등을 기초로 정해야 한다. 또한 이번 개발이 강북의 집값을 올리는데 목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재정적 투자에 의하여 얼마나 집값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경제적 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공투자의 당위성이 마련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3개 지역의 재개발이 기존의 재개발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강북의 집값을 올리는데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 짚어 보아야 할 때다. 현재는 개발지역에 대한 위치와 개발방향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바가 없다. 기존의 도시기본계획에 반하는 도시개발사업이며, 따라서 도시계획의 철학에 역행하는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논의를 통하여 뚝섬 문화관광타운 기본계획(2002년 3월)을 수립했으나, 10월에 와서 공원계획으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발표된 도시개발은 이렇게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재개발 방식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이렇게 서울이 시끄러운 것은 폐막식 보다는 개막식에 관심이 많은 우리의 정서와 관계 있다. 개발의 첫 삽을 뜬 시장보다 기존의 도시계획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업을 마무리하고, 경제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공익을 우선으로 관리하는 시장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시민이 마지막으로 갈 곳인 서초동 추모공원 사업과 서울시의 미래를 위하여 국제적 도시로 거듭 나게 할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 사업이란 과제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양 승 우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