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구단은 내년 2월초부터 시작하는 전지훈련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사정작업을 거쳐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연봉협상에 들어간다. 선수들도 연봉협상 테이블이야말로 한해 농사를 돈으로 환산하는 중요한 타석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구단과 선수간의 협상준비가 갖추어지면 한두차례의 탐색전을 거친 후 본격적인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고 쟁점은 주로 한군데 모아진다.초창기 일본 프로야구의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프로야구의 선수연봉책정은 선수 성적을 점수로 환산한 후 이를 돈으로 계산하는 작업을 거친다. 협상 테이블에서 밀고 당기는 논란이 길어지는 것은 대개 후자 때문이다.
특히 대응책을 나름대로 잘 준비한 선수들이 주로 사정금액의 근거를 문제 삼는다. 변호사 대리인제도를 이미 도입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한 변호사가 바로 이 점을 따지고 든 것으로 봐 한일 양국 프로야구 연봉협상 테이블의 쟁점이 유사한 것 같다.
선수들이 사정점수에 대해서는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아주 투명한 계산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타자의 경우 안타 하나에 1점을 준다고 했을 때 2루타는 2점, 홈런은 4점을 받게 된다. 또 이 안타가 진루타이거나 결승타이면 보너스 점수가 추가되는 식이다. 때문에 선수자신도 점수계산이 가능해 이견이 거의 없다. 사정점수가 결정되면 연봉환산 작업이 뒤따른다.
연봉산정방식에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먼저 절대평가방식이란 사정점수 1점당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선수가 취득한 점수를 곱해 기본연봉을 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개인 성적이외의 요인을 감안한 조정치를 선수에게 제시하게 된다. 이 방식은 선수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1점당 가격만 정하면 이후 작업은 아주 용이하다. 샐러리 캡이 있을 경우에는 이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상대평가방식은 선수별로 취득한 점수를 전체선수의 총점으로 나눈 후 그 비율대로 총 연봉을 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에서도 개인 성적이외의 요인과 팀 성적과 연계한 총연봉 증감액을 감안한 후 최종 제시금액을 결정한다.
겉보기에 아주 단순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 같은데도 연봉협상테이블이 달궈지는 요인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구단제시액을 선수들이 선뜻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고액연봉 선수들이 이 방식을 적용 받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수억 원짜리 선수의 성적이 나쁘면 다른 선수를 설득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점에서 고액연봉선수가 부진했던 프로야구의 올 스토브리그는 예년보다 훨씬 뜨거워질 것 같다.
/정희윤·(주)케이보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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