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당은 29일 총무접촉을 가졌으나 증인 채택, 청문회 실시 여부 등 구체적 방법을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이날 공동 제출키로 했던 국정조사 요구서도 내지 못했다. 국정조사가 이뤄지려면 국정조사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되고, 이를 의장이 특위 또는 상임위로 넘겨 조사계획서를 만든 뒤 본회의에 회부해 의결해야 한다.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면조사도 없고, 비공개 청문회도 없다"고 말했다. 정 총무는 또 "증인 신문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초 국정원이 요청한 대로 도·감청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만 실시하자는 뜻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상 국정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억지"라며 "도청을 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굳이 기피할 까닭이 뭐냐"고 물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현장조사만 하자는 주장은 형식적 조사로 국정원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총무는 "국가정보기관의 특성을 고려, TV 생중계는 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증인 신문도 하지 않고 어떻게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일반 증인 채택은 양보하더라도 국정원의 기관 보고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법 전문가들은 "기관 보고를 받게 될 경우 국정원장은 사실상의 기관 증인이 된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기관의 장이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조사위원의 질의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사실상 증인으로서 신문을 받는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원장의 증인 신문을 받아 들일 수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이 때문에 기관보고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