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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후 2년내 이혼땐 불법체류자 신세/국적법은 "외국여성 노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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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후 2년내 이혼땐 불법체류자 신세/국적법은 "외국여성 노예법"

입력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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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처럼 부리다가 내쫓아 버렸어요…." 재중동포 김모(35·여)씨가 "집도 있고 모은 돈도 많다"며 중국 텐진(天津)으로 선을 보러 온 한국인 이모(35)씨와 결혼한 것은 지난해 3월. 이씨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뒤였다. 이후 김씨의 지옥 같은 한국생활은 계속됐다. 남편의 끊임없는 폭행과 자신을 하인처럼 부리는 시댁 식구들. "말 안 들으면 당장 이혼시킨다"는 시댁 식구의 협박에 공장에서 일해 벌어온 돈까지 꼬박 바쳐 가며 참아냈지만 결국 최근 이혼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만다.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 후 2년이 지나야 국적 취득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국적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 헤어진 남편이 김씨를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그는 출입국관리소 외국인보호소에 넘겨지고 말았다.

■비정한 국적법에 외국인 눈물

현행 국적법의 비정한 '2년 규정'이 외국인들을 인권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인 배우자들이 2년 규정을 악용, 경제적 착취와 폭행 등 갖가지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아 눈물의 나날을 보내는 외국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결혼 후 2년 내에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한국인 배우자의 과실로 이혼한 경우에도 이들 외국인은 졸지에 불법 체류자로 전락, 강제추방 대상이 돼 법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필리핀인 로돌프 신시아(24·여)씨가 대표적인 예. 99년 한국남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병환으로 국적 취득을 미루던 중 올 3월 남편이 사망했다. 동시에 신시아씨는 강제추방 대상이 됐고 내년 3월이면 아들과도 떨어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권차원 대책 마련해야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양혜우(梁慧宇·36·여) 소장은 "동남아나 중국 여성 등을 데려와 학대를 일삼다 2년을 채우지 않고 이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아예 '식모살이'용으로 재중동포를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외국인노동자 인권센터 등에는 이처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의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피해가 늘어나자 법무부는 9월 체류관리지침을 개정, 한국인 배우자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배우자의 신원보증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외국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실정이다.

인천대 법학과 노영돈(盧泳暾) 교수는 "자신의 잘못없이 한국국적취득의 기회를 상실한 경우 인권보호 및 아동보호의 차원에서 취득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내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에게 영주체류자격을 확대 적용하는 등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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