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전 회장이 제기한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문제를 고리로 양쪽에서 정 의원을 몰아 세웠다.정 의원은 전날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던 것과 달리 이날 대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특검제와 국조까지 들고 나왔다. 지지율 하락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회견에서 "이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후보를 사퇴하겠다"며 "대신 그의 주장이 장난이거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는 "1998년 당시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의사 결정에 불법적으로 관여하거나 지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99년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주가 조작 의도나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3년 전 이 후보가 고(故)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과 정몽구(鄭夢九) 현대회장, 그리고 나를 배후라고 주장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려 했다"면서 "고발하지 않은 것이 큰 불찰이었다"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그는 "당시 검찰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제 등을 실시하자"고 제안하면서 "이 후보 아들의 병풍(兵風) 사건에 대해 신문에 따라 '증거가 없다'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나오는데 그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병풍 의혹을 환기했다.
통합 21의 이철(李哲) 조직위원장은 "이 전회장은 한나라당 이 후보의 동생인 회성(會晟)씨와 고교 동기동창"이라며 "이번 일은 치졸한 정치공작으로 화(禍)가 한나라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합 21 내부에는 "이 전 회장 발언 파문이 정 의원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의 연루설을 쟁점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 기회에 '정풍(鄭風)'을 완전히 잡겠다는 기세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이날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 "주가조작에 쓰인 2,000억원이라는 자금이 오너인 정 의원도 모르게 움직였다는 것은 우리 기업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 의원은 재벌의 어두운 과거를 솔직히 털어 놓고 사과부터 하라"고 압박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현대가의 가신인 이 전 회장의 말에 미뤄 정 의원의 개입 가능성은 신빙성이 크다"고 의혹을 부풀리면서 "우리 당을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정치 공작"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정 의원의 국조·특검제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이 전 회장의 폭로가 사실일 가능성을 부각, 정 의원을 견제했다.
이미경(李美卿) 선대위 대변인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정 의원의 제안을 전폭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정배(千正培) 선대위 정무특보는 "이 전 회장이 고(故) 정주영 회장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가 주가조작 혐의를 뒤집어 썼다고 주장한 것은 재벌의 관행에 비춰볼 때 비현실적 주장이 아니다"고 정 의원을 압박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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