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풀임영조
이 세상 어디를 가든
땡볕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곳
가도가도 목타는 곳이 사막이다
발 뻗고 쉴 곳 없는 사막에서
이따금 내가 만난 풀들은 왜
표정조차 뻣세고 가시 많은 것일까
무시로 경을 치는 모래바람 속
몸둘 바를 몰라 쩔쩔매는 선인장
믿을 것은 그래도 자신밖에 없다고 온몸에 가시바늘 세우고 산다
뿌리까지 흔들리는 멀미 속에서
중심 잡고 악착같이 살아야지
남에게 함부로 씹히지 말아야지
무게를 덜고 오기로만 버티는
낙타풀은 몸이 온통 가시다
바람에 벼린 서슬 푸른 적의다
사막에서 내가 만난 풀들은 대개
뾰족하고 의심이 많다, 나도 가끔
가시 돋친 말을 뱉는 낙타풀이다
내가 뱉은 가시에 내 살 찔리는.
●시인의 말
사막을 여행하며 이따금 만난 풀은 대개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현실적 삶의 모습은 때로 종교나 철학보다 더 절실하고 엄숙한 비유를 읽게 한다.
●약력
1954년 충남 보령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0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등단 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 '갈대는 배후가 없다' '귀로 웃는 집'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등 현대문학상(1993) 소월시문학상(1994) 등 수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