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일대에서 연쇄 저격 살인 사건을 저지른 존 앨런 무하마드(41)와 양아들 존 리 말보(17)가 서부 워싱턴주 타코마시에서도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타코마시 경찰은 올 2월 16일 타코마시 자택을 나서다 총에 맞아 숨진 여성(당시 21세)의 어머니가 무하마드의 사진을 보고 "범인이 분명하다"고 한 진술을 확보, 이들의 추가 범행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용의자의 행적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검문 허술, 사형 가능 여부, 재판 관할권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제보와 수차례 검문에도 못 잡았다
워싱턴DC 경찰은 범인들이 타고 다닌 1990년형 청색 시보레 카프리스 차량을 10번 넘게 검문했으나 도난 관련 등 문제 기록이 없어 그냥 보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찰스 램지 경찰국장은 "우리는 흰색 밴을 탄 백인들을 찾고 있었는데 정작 잡힌 것은 청색 승용차에 탄 흑인들이었다"고 말했다.
무하마드의 한 주변 인물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그의 테러 단체 관련 의혹과 범행 계획 등을 연방수사국(FBI)에 여러 차례 제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주 벨링햄의 한 신문은 25일 무하마드가 지난해부터 묵은 노숙자 수용시설의 앨 아처 목사의 말을 인용, 무하마드가 비행기 여행을 다니는 등 노숙자답지 않은 행동을 해 테러조직원일 것이라고 의심해 FBI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무하마드와 함께 수용시설에 있던 하르지 싱도 "무하마드와 말보가 혼잡한 고속도로에서 가스 탱크를 쏘아 폭발시키거나 경찰을 죽인 뒤 장례식 참석자들을 날려버리는 계획을 짰다"고 증언했다. 그는 5월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갔을 때 FBI에 이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재판 관할권 논란 치열
특히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 7곳의 주 또는 카운티 중에서 어느 지역이 재판을 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재판권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곳은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의 더글러스 갠슬러 몽고메리 카운티 검사는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주민 6명이 살해돼 충격이 큰 몽고메리 카운티가 관할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버지니아주는 "메릴랜드가 주법상 미성년자에 사형선고를 내릴 수 없고 사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곳"이라며 "미성년자에게도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는 버지니아주가 국민정서상 가장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두 곳 외 메릴랜드주 연방검사측은 "살인 사건은 원칙적으로 주법 소관이지만 여러 주에 걸쳐 사건이 발생했고 불법무기소지 등 연방법 위반 혐의도 있기 때문에 연방법에 따라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경쟁에 가세했다.
■전문 밝혀진 범인 편지
주범 무하마드가 19일 13번째 저격 현장인 버지니아주 애슐랜드 레스토랑 부근에 남겨 일반인의 궁금증을 자아낸 문제의 편지 전문이 워싱턴 포스트에 공개됐다.
편지는 "경찰에게, 나를 신이라 불러다오. 언론에는 공개하지 말라"는 말로 첫 장을 시작했다. 이어 "경고 전화에 대한 경찰의 잘못된 대응으로 다섯 명이 희생됐다"는 등의 본문과 함께 "어린이들도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신을 달았다.
편지는 또 경찰에 1,000만 달러를 자신이 지시한 은행신용카드에 입금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 무제한 인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이 신용카드는 애리조나주의 한 여성 버스운전사가 3월 도난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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