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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김대성 현주컴퓨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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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김대성 현주컴퓨터 사장

입력
2002.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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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컴퓨터 김대성(金大星) 사장은 만 38세라는 젊은 나이답지 않게 신고(辛苦)의 14년을 보냈다. 1989년 9월 서울 용산 나진상가 19동 2층에 손바닥만한 가전매장을 연 이래 "잘 나간다 싶으면 꼭 마(魔)가 껴서" 절벽 끝까지 갔다 오기를 다섯 차례. 김 사장은 한 마을에 너댓 장씩 나뒹굴 정도로 흔한 박사학위는커녕 2년제인 신구대 경영학과 졸업이 최종 학력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종자돈도 없었지만 보도블럭 틈새에 핀 민들레처럼 질기게 버텨왔다."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용산에서 PC조립업을 하던 친구를 도와주던 중 거래처 사장이 보증금 없이 월세 12만원에 매장을 빌려줘 '현주'라는 간판을 올렸습니다." 그는 당시에 PC만이 아니라 TV, 냉장고 등도 판매했지만 어느 제품 하나 특별히 잘 팔리는 게 없어 89년 12월 PC 전문매장으로 업종을 바꿨다. "한 달에 PC 20대 정도가 팔려 이럭저럭 먹고 살 수는 있었지만 기업이란 게 정체하면 쓰러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특단의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사장은 그동안 모아놓은 고객 리스트를 1주일 내내 꼼꼼히 분석했다. 그 결과 고객의 70∼80%는 대학생이고 이중 공대생의 구매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진리'를 찾았다. 그는 당장 서울시내 대학의 공대 학생회, 컴퓨터 동아리 등을 돌며 가장 좋은 부품으로 만든 PC를 다른 업체보다 마진을 50% 줄여 팔겠다고 입소문을 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PC 판매량이 10배나 뛰어 매월 200대씩 팔려 나갔다. 이때 첫 번째 마가 찾아왔다. 대학 축제와 중간고사가 겹쳐 매출이 뚝 떨어진 90년 9월 협력업체의 사장이 부탁한 어음 배서를 들어줬다가 부도를 맞은 것.

"직원을 24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점포도 5개중에서 3개나 처분했어요." 김 사장이 거기서 쓰러졌다면 물론 오늘날의 현주컴퓨터는 없다. 공대생만 붙잡고 장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도입한 것이 이른바 '대자보 마케팅'. 눈에 확 띄는 노란색 바탕종이에 검은색의 글씨로 현주컴퓨터 제품의 사양과 부품별 가격 등을 상세히 적은 대자보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단국대 등에 붙여 홍보하자 '돈을 긁어 모을' 정도로 판매량이 뛰었다.

잊을 만하면 위기는 찾아왔다. 92년 말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의 유탄을 맞아 25일간 옥살이를 해야 했고, 98년에는 거액의 환차손을 입어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다들 움츠리던 환란 당시 김 사장은 오히려 공격적인 전략을 폈다. 월 광고비를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고, 영업인력을 대거 확충하는 등 초강수를 두었다. "당시만 해도 현주컴퓨터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김 사장은 자기 회사의 강점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당좌수표와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은행빚이 없으며, 대기업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독자적으로 노트북을 개발했고, 전사적 자원관리(ERP)가 완벽히 구축되어 있습니다." 김 사장은 이를 토대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인터넷폰, PC방, 노트북 등 제품과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도 나아갈 때와 후퇴할 때를 분명히 구분한다. "올 초 직원들이 연간 판매목표를 36만대로 책정한 것을 보고 혼을 낸 뒤 30만대로 수정했습니다. 기업의 수명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는데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다 보면 제 수명도 못 누리게 되죠. 현재 역량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만족하는 경영자가 되겠습니다."

/글=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사진=조영호기자

● 현주컴퓨터는

현주컴퓨터(www.hyunju.com)는 컴퓨터 및 컴퓨터 주변기기를 제조· 유통하는 자본금 108억원에 종업원 370명의 중견기업이다.

현주컴퓨터는 설립 초기 대학가를 중심으로 저가의 고성능 PC를 공급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8년 외환위기 후 혼란 속에서도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군을 유지, 4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99년 1,265억원(6월 결산), 2000년 3,325억원, 2001년 3,152억원 등 견실한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는 경쟁 PC업체들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현주컴퓨터는 3,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최고 전성기인 2000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주컴퓨터가 자체적으로 추정하는 국내 PC시장 점유율은 9%대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에 이어 3위다.

현주컴퓨터는 6월 노트북 '네오트렌드'를 개발한데 이어 내년에는 슬림형 데스크톱을 내놓아 PC 중견업체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상품군을 통해 업계 3위 수성은 물론이고 나아가 2위 도약을 노리고 있다. 또 인터넷폰 '아이프렌드텔', PC방 '헌터24' 등 이색 아이템의 상품을 개발, PC시장의 침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주컴퓨터 두해균 경영지원부장은 "올해는 해외시장개척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이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지로 진출한다"며 "올해 1,000만달러에서 내년에는 2,500만달러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 김대성 사장은 누구

1964년 강원도 춘천

1984년 우신고등학교 졸

1986년 신구대 경영학과 졸

1986년 한국종합전산 입사

1988년 서울컴퓨터 입사

1989년 현주컴퓨터 설립

2001년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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