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새로 나온 책을 받아본 기자는 “한국 출판에도 평전의 시대가 열리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스페인 화가 피카소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지도자 장쩌민, 근대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루쉰,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 나비 연구가 석주명 등에 대한 책이 그것들입니다. 이번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평전도 있을 정도입니다.
평전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최강 국가인데도 역사가 짧은 미국이 영웅 만들기의 하나로 평전 출판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 가장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으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평전에 대한 출판계와 독자의 관심은 굉장히 큰 편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사람 이야기를 다룬 책은 많았습니다. 위인전도 그 중 한 부류이지요. 특히 1970년대까지는 이순신처럼 부국강병을 이룬 구국의 영웅을 본받자는 뜻에서 위인전이 널리 읽혔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사람들은 위인전을 외면했습니다. 군사 정부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겠고 영웅 이야기에 식상했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반면 이때 나온 ‘전태일평전’은 고도 성장의 이면을 보여주고 스스로를 불태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구하려 한 한 젊은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그 뒤 이념 대결이 느슨해지면서 마르크스 등 좌익 사상가, 좌익 활동가들의 평전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 쿠바 혁명의 지도자 체 게바라의 평전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에 반해 요즘 나온 평전에는 뚜렷한 경향이 보이지 않습니다. 빌 게이츠 같은 CEO나 파인만 같은 과학자 또는 도시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한 헬렌 니어링 같은 자연주의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의 삶과 다양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특정 부류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평전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도 평전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외국책 번역이 많지만 조만간 평전 전문 작가가 등장하고 국내 인물 평전이 쏟아질 지 모릅니다. 드라마틱한 인생을 그리되 공과 과를 골고루 다뤄 그 사람의 면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평전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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