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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민족정신은 고정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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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민족정신은 고정된 게 아니다"

입력
200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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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신분석'은 긴키(近畿)대 국제인문과학연구소 소장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비교문학과 객원교수인 가라타니 코진(柄谷行人)의 최신 저서다.그는 언문일치 등을 주제로 한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을 펴내 문학 연구를 자극한 적이 있으며 이 책은 한국에도 번역, 출판돼 있다.

'일본정신분석'은 자본 국민 국가 삼위일체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것을 타파하려는 책이다. 그런 주제는 책 제목과 같은 '일본정신분석'을 소제목으로 단 제2장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저자가 말하는 '일본정신분석'의 열쇠는 문자 언어이다. 일본어가 한자를 읽을 때 음독, 훈독을 병용하는 것과 한자와 가나를 병용하는 것에 주목한 저자는 그런 현상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면서도 그 같은 일본어의 특성에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나는 또 하나의 '일본인론'을 쓴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책에서 저자는 일본에서 천황제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천황제가 뿌리깊은 신화적 힘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며, 단지 일본이 섬나라여서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중국 일본 한국의 사고방식에서 차이를 발견해내고 그것들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차이들이 역사적 상호관계에 의해 생겨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각 나라 사이의 차이라는 것을 민족적 성격으로 고정시켜서 볼 게 아니라 상호 관계가 변하면 그러한 차이의 성격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도쿄(東京)대 강사인 고야노 아츠시(小谷野敦)는 최근 신문에 1970, 80년대에 유행하던 '일본문화론'이 90년대 이후 비판에 직면한 사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일본문화론'은 일본의 문화에는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본질적인 어떤 것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고야노 아츠시는 그런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고대 일본과 지금의 일본이 전혀 별개의 나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관점은 한국에도 같이 적용된다. '한민족의 얼'이나 '한국인의 혼'이라 했을 때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들을 과연 한반도 5,000년 역사를 관통하며 무변한 하나의 성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황선영 일본 도쿄대 비교문학·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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