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의 이력서]영원한 청년 이만섭(78)신한국당 상임고문 시절 ④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의 이력서]영원한 청년 이만섭(78)신한국당 상임고문 시절 ④

입력
2002.10.26 00:00
0 0

15대 총선이 끝나자 정국은 곧바로 이듬해의 대통령 선거를 향해 치달았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신한국당은 여소야대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 무소속 의원 영입을 강행했다.야당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다. 국회는 야당의 실력 저지로 두 달 가까이나 개원을 하지 못했다. 출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국은 어느 것 하나 정부 여당의 뜻대로 풀려가는 것이 없었다. 그동안 거품 조짐을 보여 온 우리 경제에도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96년부터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정부와 여당은 때이른 '레임덕'에 빠지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불붙은 여당의 대권 경쟁이 근본 원인이었다. 또한 여당의 조기 대권경쟁은 김영삼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기도 했다.

여러 개혁 정책의 반작용으로 민심 이반과 이에 따른 6·27 지방선거 참패를 겪어야 했던 여당은 급격한 인기 하락에 직면하자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외부 인사 영입을 서둘렀다. 이회창(李會昌) 이홍구(李洪九) 전 국무총리를 입당시키고 국무총리에는 이수성(李壽成) 서울대 총장을 임명했다. 또 당시로는 비교적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박찬종(朴燦鍾)씨까지 신한국당 울타리 안에 불러 들였다. 이회창 전 총리를 중앙선대위 의장, 그리고 박찬종씨를 수도권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그들의 참신한 이미지를 십분 선거에 활용했다.

그 결과 총선에서의 참패는 모면했을지 모르지만 후계 구도는 그때부터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이회창, 이홍구, 박찬종씨를 영입할 때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똑같은 '장밋빛 꿈'을 심어줌으로써 차기 대권에의 욕심을 안겼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이미 6·27 지방선거 얼마 후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다음 후계자는 깜짝 놀랄만한 젊은 사람 가운데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의 참패 속에서도 거뜬히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인제(李仁濟) 지사를 가리키는 듯한 인상을 주는 언급이었는데 이 또한 김 대통령 스스로가 여당의 후계 구도를 복잡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들 이외에도 민주계 정권 재창출론을 앞세운 최형우(崔炯佑) 김덕룡(金德龍) 의원, 그리고 민정계의 대표주자 김윤환(金潤煥) 이한동(李漢東) 의원 등이 저마다 대권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대선 정국은 김 대통령과 신한국당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엉뚱하고도 복잡하게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 야당의 반발이 다소 누그러지고 우여곡절 끝에 15대 국회가 문을 열었으나 여당은 집안 싸움에 정신이 없었다. '7龍'이니 '9龍'이니 연일 언론이 부추기는 가운데 여당 안에서는 바야흐로 때 이른 대권 경쟁이 불붙었다. 5월7일 15대 총선을 이끈 김윤환 대표 후임에 이홍구 전 총리가 임명되자 대권 경쟁은 총선후 무소속에서 영입된 의원들의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시작됐다.

이홍구 대표와 함께 당내 7龍, 9龍이 전국을 누비며 연설 경쟁을 벌였다. 정치 뉴스의 초점은 여당 대권 경쟁자들에게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영입파와 비영입파, 민주계와 비민주계, 그리고 영남권과 비영남권 등으로 나뉘어 밤낮없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회창 고문의 '패거리 정치론' 때문에 민주계가 발끈했고, 이어 박찬종 고문이 이회창 고문에게 '군계일학연(群鷄一鶴然)' 운운하며 공격을 가했다. 김윤환 전 대표가 TK 대표로서 대권 도전을 공언하다가 후보를 사퇴하면서는 '영남후보 배제론'을 들고 나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도 그 무렵이었다.

당시 용들의 전쟁은 그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나라의 문제였다. 그러나 상임고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이런 현실을 한탄하고,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게 고작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