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되는 KBS2 '부부클리닉'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위기에 처한 부부를 소재로 한 단막극 형식의 드라마 '부부클리닉'(책임연출 장성환)은 9월까지만 해도 전체시청률 순위 20위권 밖에서 그저 괜찮은 성적을 올리는 정도였다. '부부클리닉'은 10월 둘째 주 7위까지 치고 올라오더니 지난 주엔 전체 순위 5위인 26.4%(닐슨미디어 집계)를 기록했다. 시청시간대인 금요일 밤 11시는 황금시간대도 아니다. 지난 주 154회 '내 인생을 돌려다오'(극본 김진, 연출 이달현) 에 부부로 출연한 김하균과 김혜옥 등 출연자들도 스타 연기자는 아니다.99년 10월 처음 전파를 탔을 때만해도 '부부클리닉'의 시청률은 10%대 안팎이었으나 2002년 가을에 접어들면서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로 선전하고 있다. 이유는 단막극 형식에 치열한 갈등 구조를 녹여 넣고,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들의 소감이 수 백 여 건씩 올라오고, 드라마 내용에 관한 조회 수만 1만∼3만 건에 달한다. 시청자들은 배심원이 되어 이혼여부를 인터넷 등을 통해 결정하고, 이렇게 내린 찬반 결정은 다음 주 방송 끝부분에 소개된다.
지난 주 배심원으로 참여했던 이들은 1만 6,202명. 신구 정애리 등 신뢰감 가는 중견 연기자들을 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 등장시켜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청률의 일등 공신은 단연 신선한 소재와 그것이 부부간 대화를 유도한다는 점. 남편의 불륜, 고부 갈등 등의 상투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인공수정에 의한 임신,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에 따른 부부 관계의 역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혼의 실제 사유를 바로 바로 소재로 삼는 것이 시청자들을 끌어 들이는 힘이다. 이런 소재는 오랜만에 TV 앞에 앉은 남편과 아내의 대화 소재가 되기도 한다. 30대 주부 박모씨는 "드라마 속 이혼책임을 두고 남편과 논쟁을 벌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게 바로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라고 지적했다.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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