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도토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도토리

입력
2002.10.25 00:00
0 0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만치 가고 있다. 가을 옷으로 미처 갈아입기 전에 겨울 채비를 해야 할 정도로 바람이 차갑다. 가을은 갈수록 짧아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번 주말이 가을 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절정의 시기가 될 전망이다. 전국 산에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주거지에서 가까운 곳에 산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많이 눈에 띄는 팻말이 몇 개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마시오'라는 다소 명령조의 안내판이 그 하나다. 안식년으로 지정된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산을 파괴하는 샛길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호젓한 오솔길이 좋다며 폐쇄된 샛길을 고집하는 자칭 '등산 애호가'들이 있으나 이들은 그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과일 껍질을 버리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자주 만난다. 귤 껍질이라고 특정 짓기도 한다. 과일 껍질에는 농약이 많이 남아 있어 야생동물이 먹을 경우 좋지 않다. 껍질 자체가 잘 썩지 않아 쓰레기화 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귤 껍질이 심하다.

■ 가을 산에는 또 하나의 팻말이 걸려 있다. '도토리를 줍지 맙시다'가 그것이다. 도토리는 묵의 원료여서 등산객들이 별 생각 없이 주워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도토리가 다람쥐를 비롯해 꿩 산토끼 원앙이 등 야생 동물의 겨울 식량이라는 점이다. 식량이 없어지면 이들 동물들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도토리를 줍지 말자는 것은 곧 생태계 보호와도 통한다.

■ 그럼에도 도토리 채취는 계속되고 있다. 10여년 만에 도토리 대풍을 맞은 경기 북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땅에 떨어진 것만 줍는 것이 아니고 나무에 달린 것을 억지로 따거나 낙엽 속에 있는 것을 찾겠다며 헤집고 다닌다. 도토리 불법 채취자에 대해서는 벌금을 매기겠다고 해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보다 못한 몇몇 시민단체들이 '도토리 되돌려 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장난으로 던진 돌이 개구리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등산객들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