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북한 핵 개발 계획 파문이 점점 꼬이는 양상이다. 북한에 대한 대응조치의 수위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파문의 원인이 된 북한측 발언을 놓고 정부 내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제8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뒤 북한이 핵개발계획을 시인하고 제네바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는 두 가지 사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23일에 이어 24일에도 거듭된 그의 언급은 문제가 된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이 미국에 의해 확대 해석됐거나, 잘못 전달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북한 핵 개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과의 공조는 물론, 정부 대북정책팀, 또는 부처간의 불협화음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특히 정 장관의 언급은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그치는 것 같지 않다. 정부 내 일부 당국자들 사이에 이번 파문의 배경에 대해 비슷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기류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 파문의 핵심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전한 강석주 부상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전달과정에서 거두절미하고 얘기가 건네져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몇 가지 단서조항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말해 미국이 북측의 협상 의지를 외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밝혔듯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이라는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는 아예 생략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켈리 미국 특사가 고압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 상임위원장의 발언을 지적하면서 핵 파문 자체가 '소동'일 수도 있다는 추론으로 연결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개발 계획이 드러난 과정이 켈리 특사가 핵 개발 증거를 내놓자 북측이 시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외교·통일·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23일 국회에 출석, 1999년 이후 제기된 핵개발 의혹이 모두 '첩보'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고, 8월 이후 '정보' 수준의 근거가 제시됐으나 위협적 단계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로만 보면 미국측의 정보에 대해 여전히 '확증'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 핵 파문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한미 간에는 정보와 정보의 판단을 공유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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