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은행 부실채권 처리안이 여당인 자민당과 은행업계의 집단 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금융 겸 경제재정 담당 장관이 주도하는 '금융대책 처리 프로젝트팀'은 "2004년까지 부실채권 처리를 완결하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지시에 따라 은행의 자사평가 강화, 건전성이 취약한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일시 국유화, 은행 경영진 퇴진 등을 골자로 하는 중간보고서를 마련했다.
당초 22일 발표될 예정이던 이 중간보고서는 그러나 자민당의 강력한 반발로 연기되고 말았다.
자민당은 부실채권 처리 시 발생할 기업도산과 실업 등에 대비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방안은 지나치게 과격한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얼어붙어 디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7일 5개 선거구의 중·참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자민당은 이른바 '다케나카 쇼크'로 연일 주가가 8,500엔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에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국은행협회도 22일 기자회견과 23일 다케나카 장관 면담을 통해 "이같은 경착륙 방식은 오히려 금융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반발에 밀려 고이즈미 총리는 부실채권 처리 중간보고서를 디플레이션 대책과 함께 이달말에 발표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하지만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디플레이션 대책에 필요한 국채 추가 발행과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요구에는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재정개혁을 내걸고 국채 발행 30조엔 초과 금지와 추경 불편성을 공약으로 내세워온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공약을 깨 경제실정이라는 비난에 시달릴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다케나카 장관은 금융정책과 함께 종합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던 재정정책 수단이 묶여 자민당과 업계로부터 속수무책으로 난타를 당하고 있다.
한편 제1야당인 민주당은 정부와 자민당의 벌어진 틈새를 노리고 24일 다케나카 장관 불신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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