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이 바뀔 때 마다 꼭 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옷장의 옷을 정리하는 일이고, 계절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 두번째다. 음식 탐이 많은 내 경우는 순서가 바뀌어 시장에서 먼저 계절을 느낀다. 봄에 땅에서 갓 캐온 나물이 반가운 것처럼 가을엔 물찬 생선들, 특히 고등어나 꽁치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들이 계절을 알린다. 이런 한류성 생선들은 수온이 내려가고 이동을 하면서 살이 오르고 지방이 축적되기 때문에 겨울까지가 가장 맛이 있고 단백질, 지방, 철, 칼슘, 비타민 함량도 많다.특히 불포화 지방은 육류의 포화지방이 성인병의 근본이 되는 것과는 달리 뇌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태아를 가진 임산부에서 어린이, 수험생,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이다. 한창 산란기인 요즘은 질좋은 생선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 겉이 매끄럽고 윤기가 나며 특히 배살 부분의 탄력이 뛰어난 것을 골라야한다. 눈은 동자가 보이며 위로 돌출한 것, 아가미는 선홍색을 띈 것이 좋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핏기가 보인다. 손에 들었을 때 늘어지는 정도에 따라 신선도를 알 수 있는데 정말 신선한 것은 반대로 휘어지는 느낌의 탄성을 느낄 수 있다.
꽁치는 입 주위나 꼬리 부분이 노르스름한 것이 비타민 함량이 더 많고,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내장에서 씁쓸한 맛이 난다. 고등어는 700∼800g정도의 크기가 가장 맛이 있다. 하지만 겉면이 신선해 보여도 속이 상한 경우가 있어 신선도를 구별하기 힘들고 부패가 가장 빠르다. 그래서 고등어를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다른 생선에 비해 많다. 고등어보다 부드러워 고급으로 취급되는 삼치는 일본에서도 한국산이 더 비싸게 거래 된다. 서양 고급식당에서도 고등어나 삼치를 가지고 하는 요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비싼 재료만을 써서 하는 요리가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일상적인 재료도 요리법에 따라 훌륭한 정찬으로 변신한다. 살이 부드러운 생선에 간을 한 뒤 감자전분이나 옥수수 전분, 밀가루 등을 살짝 발라 지지고 파슬리를 많이 다져넣은 버터소스와 레몬즙에 얹어내면 색다른 요리가 된다. 뼈를 발라 다지고 야채를 잘게 썰어 섞은 후 달걀 또는 빵가루를 넣어 버무려 튀겨내면 영양만점 어린이 간식이 된다.
동양식으로는 다시마에 싸고 식초에 절여 맛을 낸 뒤 회처럼 썰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등 푸른 생선의 경우 가장 쉽고 맛있는 요리법은 역시 소금구이이다. 신선한것을 반으로 갈라 소금을 뿌려 구워낸다. 레몬즙을 살짝 뿌리면 비린 맛을 줄여주고 무를 강판에 갈아 고춧가루를 살짝 섞어 먹으면 소화를 돕는다. 흔히 생선 조림이나 구이에 무를 곁들이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오정미·푸드 스타일리스트 www.ofood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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