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최근 인터넷 게임 '리니지'에 대해 성인 이용 등급인 '18세이용가' 판정을 내렸다. 영등위의 판정이 나자 제작사인 엔씨소프트는 물론 게임 업계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청소년보호라는 미명아래 이용자의 권리를 빼앗은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영등위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청소년이 인터넷게임에 빠지는 폐해를 막았다며 영등위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영등위 온라인게임물 등급분류 소위원회 의장으로 참여했던 황형준(黃炯準) 온게임넷 제작팀장과 한국게임산업연합회 최승훈(崔勝勳) 사무국장으로부터 의견을 들어보았다./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찬성/황형준 온게임넷 제작팀장
"온라인게임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역기능을 최소화 해야 합니다. 등급분류는 온라인게임 산업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성화하기위한 조치입니다."
황형준 팀장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는 어느 연령층에게 적정한 게임인지 여부를 안내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동안 온라인 게임이 상업성에 치중해 청소년이 중독되는 부작용은 물론 사이버 공간을 현실로 혼돈해 빚어지는 청소년 범죄가 비일비재 하다"면서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이 담긴 게임은 청소년들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서 영등위의 등급판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팀장은 "폭력성, 도박성이 포함된 게임은 그에 맞는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게임산업 저해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영등위의 등급판정은 게임산업을 탄압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게임산업 활성화를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미국은 그 문화가 현저히 다르다"며 "미국서 15세 이하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게임일지라도 국내 정서에 맞지 않으면 18세 이상으로 분류를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니지 게임에 대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부적절한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 뒤 승인했으나 제작사측이 내용을 수정하지 않아 '18세' 판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리니지는 게임 이용자들이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는 등의 비교육, 비윤리적 소재가 담겨 있어 청소년에게 부적절하다"며 "일부 청소년은 상대방에게 빼앗은 아이템을 돈을 받고 팔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최승훈 한국게임산업연합 사무국장
"청소년 뿐 아니라 모든 인터넷 이용자는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영등위의 조치는 현실을 무시한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됐습니다."
한국게임산업연합회 최승훈 국장은 사전등급제를 시행하는 법적 근거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을 심의하고 있는데도 영등위가 온라인게임을 규제하고 나선 것은 이중규제"라고 반박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12, 15, 18세를 구분해 회원을 받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령제한의 실효성에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수동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제공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재창조하는 또 하나의 제작자"라면서 "등급제는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제작자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켜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을 궤멸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또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 수준은 세계적 다국적기업인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도 경계할 정도의 수준"이라면서 "이번 결정 때문에 미국등이 자국 게임산업을 위해 수입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면 국가적 불이익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리니지는 게임 속의 분신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에게 협동, 경쟁, 전투 등 다양한 간접 사회활동을 느낄 수 있는 순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내용 때문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업체가 해결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현실적 제도의 결핍을 호소했다.
●리니지/캐릭터 죽이는 장면 논란
리니지는 중세 유럽을 무대로 주인공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는다는 기본 구성을 토대로 참가자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온라인 게임.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은 중세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판타지에서 따왔다.
게임 중 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이는 장면 등이 논란이다. 제작사인 엔씨소프트사가 문제가 된 내용을 수정해 재심을 요구하면 영등위는 심의를 거쳐 등급을 다시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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