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북개발의 닻을 올림에 따라 낙후된 강북지역이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강북 뉴타운 개발을 포함해 2012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지금과 전혀 다른 강북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 실현을 위한 재원확보와 보상문제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강북이 어떻게 변화할 지를 주거환경과, 교통, 지역경제 활성화 등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지역마다 다른 주거형태
'실질주택보급률 강북 103.6%, 강남 107.3%' '도로율 강북 23.9%, 강남 23.6%' '주차장 확보율 강북 101.2%, 강남 103.7%'….
강·남북 균형발전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의 2012년 강북 주거환경 지표다.
서울시가 마련한 강북 개발론의 핵심은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 2012년에는 현재의 강남 수준에 도달시킨다는 것이다.
뉴타운 개발방식은 이를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민간주도로 진행되면서 빚어진 난개발을 막고 도로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시가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다. 당장 낡은 집이 헐리고 새집이 들어서는 변화에서부터 학교와 공원 등이 들어서고 체육·문화시설, 도로망이 확충되는 등 주민생활의 여건이 달라진다.
구체적으로는 '신시가지형' '도심형' '주거중심형' 등 지역특성에 따른 개발방식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신시가지형으로 개발되는 은평뉴타운의 경우 공원과 가까운 고지대에는 고급의 전원형 빌라와 전원형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저지대에는 7층 이하의 임대주택과 국민주택이 들어선다. 박필용 도시계획과장은 "은평뉴타운의 경우 개발보다는 보존에 중점을 둬 시가지가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거중심형인 '길음뉴타운'과 도심형인 '왕십리뉴타운'에는 건폐율과 용적률이 최대한 허용돼 고층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등 고밀도로 개발돼 전형적인 도시의 아파트촌이 된다.
■학교와 공원 대폭 확충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교와 공원 및 주민편익시설이 확충된다. 은평뉴타운엔 120만㎡ 진관근린공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자연환경 보존상태가 좋은 주변도 공원에 포함된다. 당장 내년부터 개발에 들어가는 1구역엔 초등학교 1,2개가 들어선다. 도시계획과 이기호 실무담당자는 "1구역의 경우 가장 긴 종단거리가 3㎞가 안돼 초등학교 1,2개가 들어설 경우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왕십리뉴타운도 한가운데 6,000∼1만여평의 대규모 공원이 조성된다. 또한 기존 하왕어린이공원을 확대하고 복원된 청계천과 연결돼 수변공원이 만들어진다. 허영 도시관리과장은 "체육과 문화시설, 주민회관 등 편익시설 등이 들어서 뉴타운 삶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음뉴타운도 초등학교 1개, 중학교 1개가 새로 생기고 근린공원이 2곳이 조성된다.
■역사와 전통은 살려야
하성규(河星奎·도시 및 지역계획과) 중앙대 교수는 "강북지역은 그 뿌리가 600년 전에 있고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함으로써 강남과 다른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현대적으로 바꾸고 도로를 격자로 짜는 것도 좋지만 작은 길을 유지하는 등 도시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보존하는 것도 도시개발"이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오수호(吳秀鎬) 박사는 "지역특성에 맞게 개발밀도를 조정하는 뉴타운개발은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하지만 타운을 벗어나면 지금까지의 문제와 다시 부딪치게 됨으로 주변과의 연계를 어떻게 하는가와 개발의 효과를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또 "타운과 주변지역과의 개발차이에 따른 갈등과 원주민이 어느 정도 그 지역에 살수 있는가 등의 사회적인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 해결과제
이명박 서울 시장이 "10년 후 강북은 강남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뀐다"고 자신 있게 밝혔지만 강북개발의 청사진인 뉴타운 건설이 성공하기 까진 아직 산넘어 산이다.
우선 강북 뉴타운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관건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길음뉴타운이 도로·공원·학교 조성에 1,196억원, 왕십리 뉴타운이 주민보상비와 공사비에 5,246억원, 은평뉴타운이 보상비·폐기물 처리 등에 1조9,654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은평뉴타운의 사업비는 은행차입으로 충당하고 분양금으로 전액 회수하겠다고 만 밝힐 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길음·왕십리 뉴타운의 경우도 도시개발특별회계를 우선 투입하겠다고만 밝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서울시가 앞으로 2012년까지 주거중심형 24곳, 신시가지형 3개 지역을 추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어서 사업 비용은 많으면 수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 건설에 필요한 주택과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토지 수용이 불가피한데 이에 따른 보상문제를 둘러싼 땅 주인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개발 이익을 감안한 주민들의 기대치를 시가 감당하지 못할 경우 개발 계획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영세세입자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시는 이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인데 물량확보가 쉽지 않다. 발산, 장지지구 등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지만 뉴타운 공사 이전에 완공되기는 힘들다. 또 해당 지역에서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던 영세 세입자들이라 강제 이주시에는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 도로망을 확충하지 않은 상태서 뉴타운 건설이 추진돼 완공 이후 극심한 교통정체가 우려된다. 길음뉴타운의 경우는 지구안에만 4개의 보조간선도로를 조성한다고 돼 있을뿐 연결 간선로인 정릉로와 도봉로의 확충은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전철 건설 등 특단의 교통대책 없이 4만 여명이 입주하게 되면 '살기좋은 뉴타운'은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해당지역 표정
은평구 진관내·외동 등 강북 재개발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된 3개 지역에 투기조짐이 일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낙후 지역으로 부동산 거래가 뜸하던 이 지역에 24일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주민들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들떠 있었다.
진관외동 흥진부동산 서상원(徐祥元·60) 대표는 "어제 밤11시까지 전화가 빗발치더니 아침 일찍부터 3,4명이 들이닥쳐 매물이 있는지를 알아보았다"고 전했다. 상왕십리동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진흥부동산 최동환 대표는 "이처럼 전화가 폭주하기는 처음"이라며 "강남 아줌마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다른 조건은 상관없이 가격만 맞으면 된다'며 매물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3개 지구 중 재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길음·정릉 일대는 정부의 고가아파트 중과세 정책 발표 후 된서리를 맞아 거래가 뚝 끊겼으나, 주민들은 뉴타운 발표로 상황 역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모(53·성북구 길음2동)씨도 이날 "재개발이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오를지 궁금하다"며 중개업소를 찾았다.
그러나 매물이 자취를 감춰 실거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개발 소문이 나돌아 주민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상태. 왕십리동 벽산부동산 진중근 대표는 "열흘쯤 전부터 외지인들이 간간이 '개발 소문 못들었냐'며 찾아와 평당 200만원정도 높은 호가를 부르고 있다"며 "하지만 내놓았던 매물도 취소하고 있는 판국에 새 매물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개발방식도 미지수이고 정보도 부족한 탓에 사려는 쪽도 팔려는 쪽도 섣부른 결정을 피하고 있다. 진관내외동 일대의 땅을 물색하던 박모(34)씨는 "시에서 땅을 수용한다면 평당 450만원 이상은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선 개발대상지역보다 인근에 투자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왕십리동 은혜공인중개사 인열환(印烈煥·65) 대표는 "공시지가가 평당 300만원인 택지가 1,000만원을 호가하는데, 민간이 개발하면 모를까 시가 개발하면 손해보기 십상"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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