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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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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말을 버릇처럼 뱉는 사람이 주위에 많지만 요즘 대선후보만큼 바쁜 사람은 드물 것이다. 후보들 사이트를보면 하루 일정이 적어도 서넛 이상으로 촘촘하다.후보들의 일정을 촘촘하게 만드는 행사로 단체들의 초청간담회, 토론회 행사가 있다. 후보들의 바쁜 일정에는 당내행사, 국민과의 직접접촉 외에도 단체의 잦은 초청행사가 한 몫 하는 것이다.

며칠사이 각 후보를 초청한 단체들을 보면 다양하다. 언론기관을 제외하더라도 친목단체와 시민단체 중간성격의 한국청년회의소(www.koreajc.or.kr/index.htm), 연구기관 한국발전연구원(www.hanbal.com), 교사들의 최대 이익단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www.kfta.or.kr), 여성단체협의회(www.iwomen.or.kr), 어느 과학단체 등이 있다.

후보들로서는 선거일이 두 달도 안 남은 이 시점, 단체들의 초청이 일단 반가울 것이다. 회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정책을 이야기하면 호소력이 있고 결국 표로 연결되기 쉬울 것이니까. 단체의 회원은 막연한 대중보다는 그 성격이 뚜렷하니, 무엇에 호소하면 될 것인가, 파악하기도 쉬울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로서는 단체의 초청이 반갑기만 할 리 없다. 21일 열렸던 교총의 이회창 후보 초청토론회를 본 후 그런 생각을 확인했다. 그날 토론회는 겉보기에는 무난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2시간으로 예정되었던 토론회가 이 후보의 일정변경으로 1시간 10분으로 단축되어 이 후보와 질의자들이 충분한 질의·응답을 주고 받지 못한 것은 작은 일이었다. 보다 큰 일은 질의의 대부분이 교육문제라고 포장되었으나 실은 회원들의 권익과 밀접한 문제들이었다는 데 있다. "16대 국회 안에 교원정년을 65세로 환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대답 전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것을 강요하는 박수가 터지는 식이었던 것이다.

교총은 잘 알려진 대로, 각급학교 교사 60만 명을 거느린 단체이다. 이 거대한 단체가 23일에는 노무현 후보, 곧 이어 정몽준 후보를 초청하여 토론회를 한 뒤 10월 말에는 후보자 지지도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11월 초에는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평가하고 11월15일에는 전국교육자대회를 연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교총의 이익에 부합되는 공약을 내거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단체들의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세어 보인다. '나의 이익'을 앞세워 더 좋은 나라 세우기는 팽개치는 단체들의 압력은 거세되어야 마땅하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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