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5명과의 간담회는 열렸다는 사실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북한 핵 문제가 돌출되면서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초당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특히 치열한 정파적 다툼으로 인해 오래 전부터 '정치실종'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을 생각하면, 각 정파의 대선주자들이 입을 모아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말한 것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예상했던 대로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해법은, 총론에서는 '한·미·일 공조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란 틀 안에서 비슷했으나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대북 현금지원의 동결을 제안한 반면,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오히려 교류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권영길 민노당 후보는 북한만을 가지고 말할 게 아니라 미국도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몽준 의원은 제네바 합의의 파기에 관한 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한동 의원은 대북사업에 들어간 돈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의 모임은 당장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이해의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였다. "국민의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에 맡는 분에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김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 핵 문제는 현정부와 다음 정부가 단절 없이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당연히 민족의 생존이 걸린 이 문제만큼은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처리하지 말고 모처럼 만들어진 이해의 공감대를 계속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 뜻에서 이날의 간담회가 마지막이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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