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이 공개된 후 조성된 위기감이 북미 두 당사국의 대화 의지로 일단 누그러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북한은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비록 선언적이기는 하나 대화의지를 표명했고, 부시 미 대통령도 평화적 해결의지를 비쳤다. 물론 두 당사국의 속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남북 장관급 회담이 핵 문제의 대화해결 원칙을 공동발표문에 포함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우선 핵 문제를 한국정부와 거론하기를 거부했던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변화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며, 또한 한국 정부의 비중을 고려한 전략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국 대표단에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할 의지가 있다면 북한도 핵 문제를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말한 것도 여운이 있는 신호이다. 평양 장관급 회담은 핵 문제 이전에 예정된 것이지만, 이 회담을 통해 한국이 북한의 의도를 나름대로 파악하게 된 것은 과거와 달리 진전된 양상이다.
미국 정부도 평화적 해결방법을 원하는 것이 확실하다. 부시 대통령은 파문이 터지고난 후 일주일만에 "김정일 위원장으로 하여금 평화를 위해 핵 계획을 파기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는데 우방과 협조해 대처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미국 정부가 볼턴 국무차관과 켈리 차관보를 유럽과 아시아에 보내 집중적인 협의를 했고, 또 APEC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의는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만드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이 쉬운 일이 아님은 지난 8년이 이야기해 주고 있다. 핵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안게 될 불이익이 분명해져야 한다. 한·미·일의 공조와 주변국가의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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