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나운규(1902∼1937·사진)에 대한 남북한의 해석이 지극히 편파적이고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희문 상명대 영화학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한국 영화의 쟁점 1'(집문당 펴냄)에 따르면 남북한 모두에서 심각한 나운규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1926년 10월1일 영화 '아리랑' 개봉 직후 나운규는 한국영화계에서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대중적 인기와 명성을 누렸으나, '아리랑 후편'과 '철인도' '벙어리 삼룡'을 발표한 후 카프 영화들인들은 그에 대해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아리랑'은 막연하게나마 취할 점이 있었으나 타락적 경향으로 기울어졌다. 점점 영화 제작상에 비진리적 비현실적 기분이 농후하여졌다"며 그의 영화 세계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해방 후 남북한은 나운규에 대한 찬양으로 일관했다. 60년대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나운규 연구는 70, 80년대 나운규의 천재성과 투철한 민족사적 의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북한 역시 남한보다 양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주관적 판단에 근거해 장인적 천재성과 이념적 투사로서의 영웅적 투쟁성을 나열하고 있다는 것. 조 교수는 "게다가 북한이 94년 '아리랑'의 원본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것 역시 26년 '아리랑'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57년 김소동 감독이 나운규 서거 25주기를 맞아 만든 동명 영화의 시나리오"라고 밝히며 "북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숨기고 나운규 왜곡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의 쟁점 1'은 29년 출간된 '영화 소설 아리랑', 김소동이 각색한 '아리랑'(57년), 94년 북한이 발굴했다고 주장한 '아리랑'을 나란히 비교 분석하고 있다.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