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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영원한 청년 이만섭(76)민자당 상임고문 시절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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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영원한 청년 이만섭(76)민자당 상임고문 시절 ②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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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임기가 겨우 3분의 1을 넘어선 1994년 가을부터 일찌감치 문민정부의 위상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통성과 취임 초기의 개혁 드라이브는 점차 빛이 바래어 갔다. 이와 함께 권력의 독선 속에 특정 계파와 가신에 의한 정치가 그 폐단을 드러냈다.10월21일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렸다. 어린 중학생을 비롯해 무고한 시민 32명 이 숨졌다. 충주호 선박 화재, 서울 아현동 가스 폭발,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등 대형 참사가 잇달아 터졌다. 이듬해 6월에는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았다. '사고왕국'이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었다.

잇단 대형 참사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격동이 일어났다. 특정 계파 중심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던 와중에서 94년 12월 민주계 핵심이던 최형우(崔炯佑) 내무장관이 "국민은 새 인물을 원한다"며 김종필(金鍾泌)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한 지붕 세 가족' 이라는 불안한 체제를 유지해 온 민자당의 내분이 마침내 물 위로 떠올랐다.

결국 95년 1월19일 김종필 대표가 민자당 대표직을 사퇴, '마이 웨이'를 선언 했고 두 달여 뒤인 3월31일, '자유민주연합'을 출범시켰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또 하나의 야당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자당은 후임 대표로 민정계 출신의 이춘구(李春九) 의원을 내세웠지만, 민주계는 여전히 당 중심권에 포진해 있었다. 그 무렵 나는 당 안팎의 대구·경북 출신 정치인들에게서 TK 정당을 만들자는 제의를 숱하게 받았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충청과 대구·경북을 하나로 묶는 정당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들어 부산·경남, 즉 PK라는 용어가 새로 생기고, 모든 인사에서 PK 출신이 중용된 데 대한 반감이 주된 이유였다.

나는 이런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아무리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불만이 있고 민자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지역 정당을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라의 장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남과 충청, 여기에 경상도마저 TK와 PK로 나뉘어 지역 정당이 난립한다면 이런 국가 분열의 역사적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민자당은 그 해 6.27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 결과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자당 5, 민주당 4, 자민련 4, 무소속 2명이 당선됐다. 기초단체장도 민주당 84, 민자당 71, 무소속 52, 자민련 27로 주요 대도시의 구청장은 대부분 야당 차지였다.

지역 감정 탓도 있었지만 6.27 지방선거는 민심이 민자당에서 떠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반(反) 민자당 정서의 본질은 첫째 인사와 정책결정 과정 등 국정운영의 능력과 방식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했고, 둘째는 집권 민주계의 야당식 행태와 독선적 스타일이 원인이었다.

나는 선거 후에 열린 7월5일의 의원총회에서 처음으로 당풍 쇄신 운동을 촉구했다. "이번 선거 패배는 우리가 민심을 제대로 읽는 것을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됐다. 과거에도 여당이 정부의 뒤만 따라 다니고 민심을 외면할 때 여소야대가 생기고 정변이 일어났다. 대통령을 무조건 잘 모시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모두가 나서서 당풍쇄신 운동을 벌여야 한다."

나의 제안은 많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청와대의 독단과 폐쇄적인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있던 많은 의원들이 내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뜻을 모아 본격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20여명의 서명을 받아 8월10일 한승수(韓昇洙)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 건의문에서 나는 "조속한 당정개편으로 국민 여망에 따른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하며 개혁조치 중 국민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는 것은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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