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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애늙은이가 더 무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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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애늙은이가 더 무서운 세상

입력
200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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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한국일보 화요일자엔 '나의 정년 이후'라는 연재물이 실린다. 제목만으로 보면 젊어서 명예와 권력과 부를 누린 각계 명사들이 노년에 유유자적하게 사는 모습을 담는 곳 같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년 혹은 노년에서 풍기는 음울한 황혼의 색채를 이겨내고 지혜와 겸허함으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보통어른'들이 이 지면의 주인공이다.여기에 등장하는 인물군은 정년퇴직후 노인 컨설턴트로 자리잡은 할아버지, 처녀때의 꿈을 잊지않고 여든 넘어 어린이집 이야기꾼으로 취업한 할머니, 평생을 체육인으로 살면서 남의 젊음을 돌보는 할아버지, 예순넘어 발명왕에 도전하는 여사장, 어린이 대상 바이올린 강사로 변신한 노교수, 슬픈 가족사로 방황하다 문화공간의 자원봉사역을 맡아 새 삶을 사는 자칭 '젊은오빠' 등 다양하다.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 나이들어 어떻게 이토록 젊고 역동적이고 건강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가"하고 놀라게 된다. 극적인 요소를 갖춘 사람만 골랐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실제 그런 측면이 있지만, 그들의 자신만만하고 분명한 태도는 이 같은 시답잖은 냉소마저 주눅들게 한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노인들은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고정관념이 사람을 나이먹게 만든다. 새로운 생각과 행동은 젊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일년 열두달 병원신세를 지지않는 달이 없는 처지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린이집의 할머니 이야기꾼 역할을 거른 적은 없다" 등등 이들의 자전적 토로에는 진한 감동이 배어있다.

가열되는 대선게임에 묻혀버렸지만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 발전동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불과 20여년만에 7%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에는 이 숫자가 15%에 이르러 고령사회에 빠진다고 한다. 반면 15∼49세 가임여성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1.3명으로 떨어졌다. 복잡한 수식을 들이댈 것도 없이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삶의 질은 커녕 부양받는 측이나 부양해야 하는 측이 모두 불만에 차 사회적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세대갈등을 빚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나의 정년 이후'를 당당하고 건강하게 얘기하는 젊은 노인층을 보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포착된다. 정년제 폐지, 재취업교육, 연금지급연령 상향조정, 파트타임 근무제 확대 등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안도 다양하다. 권력담당자 혹은 정책입안자의 의지가 문제일 뿐 해법은 이미 제시돼 있다는 얘기다.

우리 시대의 정작 두려운 군상은 구제불능의, 그래서 못말리는 '애늙은이'들이다. '큰 일을 위해 물속에 뛰어드는 심청의 심정으로' 혹은 'A후보의 집권을 통한 정치안정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여서' 정치판을 마구 헤집고 다니는 이들은 국민 전체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누군가 '동지의 이름에서 그들을 지우고 싶다'고 했더군요. 사실 권력의지가 강하다 보면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보이죠. 주변 사람들이 항상 우습게 보이고요. 정작 자신들이 우스운 것은 모르는 겁니다." 한국일보에 상담코너를 연재하는 조두영 서울대의대 명예교수(신경정신과)의 말이다.

이유식 생활과학부장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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